이대생, 불효하는 대학생·신부 수업·돈의 노예 등으로 미디어 도마 위에 오르다

2008년 12월12일(금) SBS 개그프로그램 '웃찾사'의 코너 '강가야 현가야'의 한 장면. 배우 강성범씨와 현병수씨가 무대 위에서 연기 중이다.
본교는 각종 미디어에서 사치, 허영, 성적 대상으로 그려져 왔다. 영화에서부터 TV 예능프로그램, 신문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속 이화의 행로를 따라가 본다.

“너 신문 봤냐? 이화여대 등록금 880만 원. 1등이다. 야, 이거 너무 받아먹는 거 아니냐?”
허리가 구부정한 두 노인이 무대 위에서 시시덕거리고 있다.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은 2008년 12월12일(금) 방송으로 본교 비하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은 문제 장면의 대본 일부다.

현가: 우리 딸이 이대 나왔잖어. 내, 등록금을 수없이 내봤다.
강가: 이야, 그러면, 그 등록금은 1년에 몇 번 내는 거냐?
현가: 등록금이란 건, 다달이 내는 거지. 전기세같이….
강가: 야, 임마. 전기세는 많이 쓰면 많이 내야 되는 거 아니냐!
현가: 등록금도 공부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많이 내는 거지. 어, 우리 딸은 달에 천오백까지 가져갔어.
강가: 그래서 이대 나온 여자, 이대 나온 여자 그러는 구나, 아이고.(탄식)
현가: 그렇지. 거기다 또 우리 둘째 딸은 전공이 음악이라 여기저기 많이 불려 다녀요!
강가: 노래방 도우미 하잖어. 전공이 탬버린이냐? 좋겄다, 네 딸 전공 살려서. 히히히
현가: 그래도 임마, 우리 딸이 지난번에 세계일주유람선여행 보내준 거 모르냐? 6개월이 넘으니까 아주 지겹더라고!
강가: 6개월? 너 3년 갔다 왔어, 이 놈아. 뭔 유람선에서 참치를 잡냐.

방송 후 작년 12월12일(금)∼12월23일(화) 웃찾사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50여개 항의글이 게재됐다. 네티즌들은 “이대생이 등록금을 부풀려 부모님을 속이는 학생으로 그려졌다”고 지적했다.
‘웃찾사’ 제작진은 2008년 12월24일(수) 시청자게시판에 공식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서 제작진은 “특정 대학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며 “이화여대를 직접 언급해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결과 ‘웃찾사’ 측에 ‘의견제시’ 조치가 내려졌다. 의견제시’ 조치는 향후 방송제작에 있어 유의하기 바란다는 일종의 ‘옐로우 카드’다.
당시 방송을 시청했던 성메아리(철학·07)씨는 “방송에서의 단순한 농담 몇 마디가 이대생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최효선(국문·07)씨는 “이대생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재생시킨 것”이라며 “많은 이화인들이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영화·드라마 등에서도 볼 수 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상사부일체­두사부일체3’에서는 이대생이 성적 대상으로 그려진다. 극 중 조직폭력배 두목이 이대생에게 과외를 받기 시작한다. 두목은 과외선생에게 ‘과외 받는 것이 창피하니 부하가 들어오면 자신과 성행위를 하는 시늉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과외선생은 ‘저 이대 나온 여자예요’ 대사를 만발하며 거부한다. 문득 두목이 돈을 내민다. 그러자 과외선생은 곧바로 요구에 응한다.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는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를 유행시켰다.
같은 해 방영된 MBC 드라마 ‘얼마나 좋길래’에서도 본교가 거론돼 편견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2006년 7월18일(화) 방송에서 신부수업의 일환으로 다도를 배우는 ‘명문가 딸 이대생’을 그렸다. 시청자들이 불만을 드러내자 다음날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 사과문이 게재됐다. 연출을 맡은 박홍균 PD는 사과문에서 “특정 대학 명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의도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며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언론매체의 이화에 대한 왜곡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18년 전, 이대생에 대한 왜곡 보도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정식소송에서 승소해 가해 매체로부터 위자료를 받은 사건은 유명하다. 이 사건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 아시아판이 1991년 11월 표지에 이화인의 사진을 실으며 시작됐다. 사진의 제목은 ‘돈의 노예(Slaves to Money):이화여대생’이었다.

한국의 과소비를 풍조하는 기획기사와 함께 실린 이 사진 속에는 정장 차림의 학생 4명이 정문을 나서고 있다. 졸업앨범 사진 촬영으로 정장을 입은 학생들이 사치에 물든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당시 학교측은 “특정 학교를 과소비집단의 상징처럼 보도한 것은 왜곡”이라며 항의해 뉴스위크 본사로부터 사과서한을 받아냈다.
사진 속 학생 중 3명은 1992년 뉴스위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1993년, 서울민사지법은 항소2심에서 “피고회사(뉴스위크)는 원고들(사진 속 학생 3명)에게 2천만 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디어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세경 교수(언론홍보영상학 전공)는 “이화는 많은 관심 만큼 일부의 시샘 어린린 시선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상처받기보다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화인들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화가 오랜 시간 금남의 구역이었던 만큼 이미지가 잘못 전달됐을 수 있다”며 “이화의 진정성을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근 기획처장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단편적인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이화인이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을 함께하자”고 말했다.
 
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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