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드럼 앞에 앉은 음악인 남궁연씨를 비추자, 나비넥타이를 멋들어지게 맨 남씨가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짝짝짝 짜작’ 박수를 친다. 드럼소리와 박수소리가 점점 고조돼 완벽한 박자를 만들어간다.

24일(화) 오전9시30분 국제교육관 지하1층 LG컨벤션홀에서 남궁연씨의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유일한 한국의 박자’ 특강이 열렸다. 국제교류처에서 지원하는 이화­HCAP(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 컨퍼런스를 통해 본교를 방문한 하버드대 학생들을 위해 준비된 이번 특강에는 하버드대 학생 14명과 본교 학생 약 50명이 참여했다.

“힙합에서 주로 쓰이는 다운비트는 4/4 박자 중 2박과 4박에 강세를 주는 것을 뜻해요. 반대로 한국인들이 즐겨 쓰는 업비트는 4/4 박자에서 1박과 3박에 강세를 줍니다.”

남궁연씨는 다운비트와 업비트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난 뒤 청중들에게 박자에 맞춰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왼쪽에 앉은 분들은 박자를 만들고 오른쪽에 앉은 분들은 음을 내세요.” 왼쪽 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드럼 연주에 맞춰 “뿜뿜(뿜뿜)” 비트를 만들었고 오른쪽에 앉은 관객들도 이에 질세라 “워우워우워∼ 예이예이예∼”라며 음을 냈다. “아주 잘했어요. 이것이 다운비트예요.”

그는 강의 내내 관객 스스로가 박자를 만들게 했다. 그는 업비트 박자의 일종인 모잠비크(Mozambique) 리듬, 아프로­쿠반(Afro­cuban) 리듬 등을 소개하며 화려한 드럼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셋잇단음표(triplet)’에 대해 “이 박자는 음악에서 본래 이등분해야 할 음표를 세등분한 음표”라며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기도 했던 국악인 장재효씨가 만든 ‘소나기 프로젝트’와 함께 ‘셋잇단음표’ 박자를 연주할 것” 이라고 말했다. “덩덩 덩기더덕” 경쾌한 소리를 내며 ‘소나기 프로젝트’와 장재효씨가 등장했다. 곧 신명나는 장구, 북, 꽹과리 소리가 드럼 소리와 한데 어우러졌다.

이어진 ‘길군악’ 공연, 테크노 선율에 국악을 가미한 ‘테크노 국악’ 공연에서도 ‘소나기 프로젝트’와 남궁연씨는 드럼과 장구, 북으로 하나 되는 소리를 이끌어냈다. ‘테크노 국악’ 공연에서는 다홍색 천을 든 무용수가 남궁연씨의 드럼 박자에 맞춰 아름다운 몸짓을 선보였다. ‘소나기 프로젝트’ 멤버들도 연주에 맞춰 어깨춤을 추고 박자에 맞춰 연신 옆으로 돌았다.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고 발과 몸을 흔들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리듬이 빨라지던 연주는 다 같이 악기를 ‘탕’ 내려치며 끝을 맺었다.

하버드대 비디아 비스워나단(사회·08)씨는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역동적인 공연이라 즐거웠다”며 “한국의 전통 음악을 처음 접해본 경험이라 특별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yungayoung@ewhain.net
사진: 김하영 객원기자 050112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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