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의 47.3% 자살 충동 느껴… 사망 원인 1위는 자살

ㄱ씨(22세)는 최근 생활고로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 그는 “취업준비를 하다 보니 생활비를 벌지 못해 삶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순수 학문을 전공하는 ㄱ씨는 2008년 1학기에 동아리, 공모전 등 외부활동과 토익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경력을 쌓기 위해 그간 해오던 아르바이트는 그만둬야 했다. 그는 자신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마이너스 통장 중 하나”라고 묘사했다.

수원의 한 대학에 다니는 ㄴ씨(22세)는 경제 불황으로 부모님이 학비지원을 해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학비를 벌기 시작했다. ㄴ씨는 “친구들은 학과공부나 영어공부에 매진하는데,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는 처지가 비관스러워 자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살 충동에 그치지 않고 자살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도 있다. 9일(월) 서강대교 밤섬 모래사장에서 정모 씨(29세)가 사체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생활고와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20대 사망원인 중 1위 자살
최근 자살 충동을 느끼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건강포탈 ‘코메디닷컴’이 서울시 자살 예방 센터의 연령별 자살 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 6천824건 중 20대의 상담 건수가 28.9%(1천976건)으로 가장 많았다.(2008년7월~2009년1월).

20대 중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변한 20대 중 남성이 4%, 여성은 8.5%였다. 충동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감’이었다.

조성남 교수(사회학 전공)는 “여성이 충동에 더 신체적, 정신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살 충동의 정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최근처럼 경제 상황이 나빠질 때 젊은 층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미래에 대한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며 “청년들은 힘든 미래를 회피하고 싶어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실제로 자살을 실행에 옮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충동을 느끼는 구직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취업 알선 사이트 잡코리아가 20대 구직자 1천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직자의 47.3%(약 512명)가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38.6%)이었다.

자살 예방 협회 부회장 이광자 교수(간호과학 전공)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져야 한다”며 “친구가 우울해 하거나, 우울 하다 갑자기 밝아지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과 터놓고 대화해야
사람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자살을 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거나 우울증이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갑자기 성격이 밝아지는 것은 자살을 결심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광자 교수는 “친구나 가족이 힘들어 하거나 성격이 변했다면 그가 하는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주변 사람이 자살할 기미가 보인다면 터 넣고 상대방과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를 할 때는 듣는 이가 가치판단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듣는 이가 듣기에 사소한 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다. 사건에 대해서 “별거 아니네, 이겨낼 수 있어”라는 식의 대답을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다.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 후에는 자신에게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주지시키고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약속을 한 후 즉시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게 한다. 만약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suicide.or.kr)에서 ‘자살생각척도’를 이용하면, 상담 필요 여부와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 위기 상담센터 ‘생명의 전화’(1588-9191)를 통해서도 상담이 가능하다.

장한이 기자 123gksdl@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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