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은 이제 더 이상 ‘대학원생만 가는 곳’이 아니다. 본교 학부생들은 특성화 분야 프로젝트 장학생 제도 등을 통해 연구실의 연구생이 될 수 있다. ‘학부 연구생’이 꿈을 키우고 있는 연구실을 들여다봤다.

△자원해 들어간 연구실에서 실무 경험
대학 생활 2년차에 ‘학부 연구생’이 된 이정화(분생·08)씨는 대학 입학 후 ‘세포신호전달학’을 깊게 공부하고 싶었다. “전공 수업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고급 실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혼자 하는 공부보다, 연구실에서 직접 실험도 하고 싶었던 그는 2008년 1학기 배윤수 교수(생명과학 전공) 연구실로 직접 찾아갔다. 과학 고등학교 시절 쓴 논문까지 들고 온 이씨의 열정에, 배 교수는 흔쾌히 연구실 실습을 허락했다. 이후 이씨는 겨울방학 동안 ‘세포신호전달’ 실험에 참여했다.

이씨는 연구실 생활을 통해 세포신호전달 분야가 그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세포신호전달학을 넓고 얕게 배웠다면 연구실에서는 이 학문을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며 “많은 실험에서 실패도 맛보면서 내게 맞는 실험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부 졸업 후 세포신호전달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 경험을 미리 한다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대학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조정은(건축·06)씨는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이윤희 교수(건축학 전공) 연구실에서 주택 모형 제작 일을 돕고 있다. 그가 실무를 미리 경험하고자 교수님 연구실을 찾은 건 이번이 두번째다.

조씨는 작년 여름방학 중 서울 디자인 올림픽 중 김광수 교수(건축학 전공)의 ‘모바일 큐브 프로그램­10인 디자이너 분야’ 작품 준비를 돕기도 했다. 그는 이때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사람들에게 작품을 발송해주는 일을 맡았다. 조씨는 “학부생들이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연구실경험과 같은 실무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 연구 프로젝트 장학생, 학·석사 연계과정 통해 연구생 되기도
‘학부 참여 연구 프로젝트 장학생’으로 2008년 봄 이대기 교수(생명과학 전공) 연구실에 들어선 이현지(생명과학·06)씨는 여름방학까지 *‘DNA Cloning(클로닝)’실험에 참여했다.
이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해 온 진로 고민을 해결하고자 연구 프로젝트 장학생에 지원하게 됐다. 그는 “친구들은 의학전문대학원을 지망하는데, 나 혼자 순수학문을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대기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 계절을 보내며 고민을 잊게 됐다.
“종일 실험만 한 지친 날에도 또 실험에 대해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는 연구실 경험 후 “순수학문의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겨울방학에도 최재천 교수(생명과학 전공) 연구실에서 DNA 분석을 맡았다. “이전 연구실 경험을 토대로 두 번째 실험실에서 중요한 실험 도우미 역할을 해낼 수 있었죠.” 연구는 ‘모대가리 귀뚜라미’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귀뚜라미 120마리 허벅지에서 세포 조직(Tissue)을 추출해 며칠 동안 DNA를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정예원(생명과학·06)씨는 학·석사 연계 과정의 일환으로 지난 겨울방학에 윤영대 교수(생명과학 전공) 연구실을 찾았다. 학·석사 연계 예비생은 연구실에서 세 차례 실험 체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의무적인 과정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 학문 선택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 면역 질환’ 관련 실험을 하며 미세한 차이로도 큰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기도 했다.

정씨는 “실제 체험 후 진로 결정을 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며 “학부생들이 연구실을 미리 찾는 일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DNA Cloning(클로닝) : DNA를 자르거나 잇는 등의 조작을 거쳐 세포에 도입하고 복제해 무수히 많은 DNA 사본을 얻는 유전공학의 기법  

글·사진: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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