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 입학한 09학번 외국인 신입생 인터뷰(1)

“이화인으로 살아가는 요즘, 행복해요.” 
작년 6월 미얀마에서 건너온 외국인 입학생 먀 묘 뙈(경영·09)씨는 여느 신입생과 다를 바 없는 파릇파릇한 새내기의 모습으로 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묘라고 불러주세요.” 환한 미소와 함께 한국인 못지않은 말솜씨로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하는 묘씨. 그는 미얀마 양곤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작년, 교수님의 권유로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에 지원했다. 2008년 6월 둘째 주 장학생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6월 말에 출국해 7월부터 언어교육원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했다. 묘씨와 같이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된 미얀마 학생은 모두 7명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다같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태국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7명 모두 태국에서 타야하는 한국행 비행기를 놓친 것이다. “태국 공항관계자가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어요.” 결국 공항관계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한 후 2시간을 기다려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한국에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난 후에야 드디어 안심이 됐어요.”

그는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본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았다. 정부 초청 장학생인 묘씨는 한국의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TEPS와 KLPT(세계한국말인증시험)시험을 봐야했다. 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묘씨는 1지망으로 지원한 본교에 입학했다. 그는 “기숙사와 학교 시설이 좋아서 마음에 들었고, 여대라서 공부하기 편할 것 같아 1지망으로 썼어요”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사람들을 관리하고 회사를 경영해보고 싶어 경영학과를 택했다.  

부모님을 떠나 생활하는 일이 처음인 그는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미얀마에 돌아가고 싶었던 적은 없냐는 질문에 금방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가 없어 많이 외롭고 힘들었어요.”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쳐다보는 한국인의 눈빛이 섭섭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는 이제 의젓한 태도로 말한다. “외국인이라고 어려워하지 말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주세요. 저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도우미 친구의 도움으로 이번 학기 시간표를 무사히 짤 수 있었다. 그를 도와준 도우미 친구는 같은 과 3학년 학생이다. “국제교류처에서 도우미 친구를 소개시켜줬어요. 가장 친한 한국인 친구예요.” 많은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새내기배움터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그의 하루는 아침 8시10분 ‘한국어IV’ 수업으로 시작된다. 그는 평일 아침마다 교양과목 ‘한국어IV’를 수강하고 있다. 그는 양곤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한국어 실력이 꽤 갖춰진 상태로 한국에 왔다. 게다가 지난 8개월 동안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수강한 덕분에 더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인기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는 KBS2 드라마 ‘가을동화’와 MBC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 푹 빠져 처음 한국어를 배우게 됐다. 현재 KBS2에서 방영중인 ‘꽃보다 남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다.

외국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갖춘 그는 이번 학기에 여성학, 우리말과 글쓰기, 기본영어, 기본 중국어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여성학이 재밌어요. 어젯밤에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메신저로 팀프레젠테이션 회의도 했어요.”

묘씨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미얀마로 가 여름방학을 보내기로 했다. 1년 만에 찾을 고향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는 표정을 짓는 묘씨. “부모님이 무척 보고싶어요. 하지만 이화에서 많은 친구들과 즐겁게 지낸다면 졸업할 때까지 남은 4년, 잘 견딜 수 있을 거예요”라는 그의 힘찬 다짐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재은 기자 tia214@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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