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한 이화 새내기의 봄은 쌀쌀하기만 하다.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말로는 ‘3월에 자기 돈으로 밥을 사먹으면 바보’라고 한대요.” 필자에게 한 인문대 새내기가 속내를 털어놨다. 이 친구는 사정상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지 못해, 함께 다닐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혼자 점심을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다른 학교에는 흔한 ‘반 제도’나 같은 학과에서 선후배를 이어주는 ‘번 제도’도 없냐며 울상 지었다.  

챙겨주는 선배 없이, 점심 한 끼 같이 먹을 동기도 없이 보내는 한 달은 이 학생에게 국한된 이야기일까. 누군가는 “동아리 활동, 미팅을 하며 동기들과 어울리다보니 학교에 적응했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이 비빌 언덕을 찾고 이화에 안착하기까지 흘려보냈던 시간을 떠올려보면, 선배들이 겪었던 과정을 새내기들이 답습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오늘날 사람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은 IQ, EQ를 넘어 SQ(사회성지수)와 NQ(공존지수)까지 제시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에서 인맥이 발휘하는 힘이 크다는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이 주는 축복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시키지 않으면 축복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 휴렛 팩커드를 창업한 데이비드 팩커드(David Packard)는 인맥관리에 대해 명언을 남겼다. 누구와 알고 지내고, 만나는지가 개인의 미래를 결정한다.

삶을 헤쳐 나가는 데는 개인의 능력을 넘어, 든든한 지원군도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학부 시절의 만남은 학교 밖 사회에서 맺는 관계보다 순수하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도적인 만남과 이리저리 얽힌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학생들은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탄탄한 인맥 쌓기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남에게 쉽게 다가서는 개인적인 적극성을 넘어, 그들을 묶어줄 이화 내부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결핍돼 보인다.   

몇몇 학생들은 실제로 훌륭하게 인맥을 쌓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이화의 인맥에 대해 갖는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화여대는 개인주의가 심하다’는 말에 완벽하게 부정할 수 있는가. 2일(월) 이대학보의 한 기사에서는 본교에 합격했지만 다른 학교의 같은 과로 진학한 사례가 소개됐다. ‘자신이 꿈꾸는 직업 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여대에 가면 인맥이 좁아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인맥관리에 취약한 이화의 모습은 여성 인맥관리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단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년에는 ‘여성 직장인의 인맥파워가 남성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탈 인쿠르트가 실시한 이 설문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의 평균 인맥 수는 66.1명으로 남성(120.7명)의 반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진출한 많은 여성들은 회사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와의 인적 네트워킹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회로 이어지는 인적 네트워크의 기초는 대학시절에 다져진다. 이화 안에서 자신의 인적 그물망을 만들자. 학생 때 만든 인적 네트워크는 나중에 사회에 진출했을 때 뜻밖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학연, 지연을 강화하자는 말도, 사람 사귐을 성공을 위한 도구로 여기라는 뜻도 아니다. 의도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인맥관리의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학년 때부터 인맥관리에 힘쓰라. 미팅도 가능한 많이 해보라. 학교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해 자신이 속한 과 친구들은 다 알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교수님은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사람이 힘이다. 이화 안의, 여성 사이의 인적 네트워킹을 견고히 하자. 하지만 우선, 성공적인 인맥관리의 핵심은 내 자신이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데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조정희 문화·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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