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커스 대표 김효진(무용·92년 졸)씨.
“디지털 세상이 확장되면서 모든  미디어는 사람을 닮아요. 생각해보세요. 로봇도 인간에 가까워지려고 하고있죠? 저는 미디어를 ‘내 몸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퍼포먼스는 몸과 연계된 미디어들 간의 새로운 융합의 장입니다.”

몸이 춤이 되고 춤은 또 다른 미디어의 콘텐츠가 된다. 미디어와의 새로운 소통방식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몸에 센서를 부착했다. 모든 움직임이 무대 공간에 영상으로 투시된다. 춤과 만나 움직이는 이미지는 서로 합을 이루기도 하고 이화(異化)된 모습으로 평행선을 달리기도 한다. 미디어퍼포먼스 연출가이자 현대 창작무용 안무가 김효진(무용·92년 졸)씨의 무대 위에서는 사람의 몸, 춤, 그리고 미디어가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해낸다. 18일(수) 오후6시 방배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미디어퍼포먼스는 세계 각지에서 막 화제가 되고 있는 새로운 장르예요. 우리나라 춤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예요.”
미디어 퍼포먼스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최초 전공은 한국무용이다. 김씨는 부산 태생으로 10세 때 영남의 대표적 원로 무용가 이필이 선생으로부터 산조춤, 살풀이춤, 무당춤 같은 영남류의 한국 춤을 사사 받았다. 본교 입학 후에 발레와 현대무용을 전공과 구분 없이 익히며 지금의 춤집(춤추는 몸)을 다듬었다.

본교 무용과 교수였던 김매자씨와 무용가 이필이씨는 그의 무용인생에 잊을 수 없는 스승이다. “김매자 선생님은 대학 때부터 제게 각종 춤을 사사해주신 분이에요. 제가 이필이 선생님을 통해 무용에 입문했다면, 진정한 예술혼을 불어넣어주신 분은 김매자 교수님이죠.”

김매자씨는 김효진씨가 본교에 입학한 후 첫 월례회(무용과의 작품발표회)에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예술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던 김효진씨였다. 김매자씨는 그의 순수함과 노력을 높이 사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발표회에서 저는 좋은 점수 뿐 아니라 ‘열정’을 선물 받았어요. 김교수님, 나아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이화의 학풍이 지금의 절 키웠다고 생각해요.”

홀로 독립해 춤을 춘 지 10년. 이제 ‘이화’는 그에게 아득한 고향과 같다. 아련한 표정으로 대학시절을 추억하던 김씨의 표정에 돌연 화색이 돌았다. 그는 깔깔 웃으며 자신의 입시 에피소드를 속사포처럼 쏟아놓았다. “학력고사, 실기고사를 치르고 나서 마지막으로 신체검사를 했어요. 무용과 입시에서는 필수 관문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거예요. 그대로 앰뷸런스를 타고 이대부속병원으로 실려갔죠.”

장장 4시간을 검사했다. 검진하는 의사가 재차 물었다. 뛰면 숨이 차지 않느냐, 혹시 병이 있는 걸 숨기고 대학에 지원했느냐.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이대로 낙방인 건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10년을 하루에 6시간씩 연습해도 숨이 차지 않던 김씨였다. “결국 선천적 부정맥이라는 결과를 받았어요. 천만 다행이었죠. 춤추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는 사소한 질병이거든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춤은 제 숙명인 거예요.”

몸 뿐 아니라 마음으로 춤을 추는 자. 독특한 춤사위로 작품을 만드는 미디어퍼포먼스 작가. 그는 현재 미디어퍼포먼스 ‘봄의 제전Ⅲ’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작품의 화두는 ‘여자’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속에서 희생됐던 여자를 불러내보는 미디어 굿판이 벌어진다. 그때 그 제단에 바쳐졌던 처녀는 어떻게 선발됐을까. 지금 물질화된 이 사회를 그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30일(월)∼31일(화) 오후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글·사진:최아란 기자 sessk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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