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세태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세태
  • 최준식 교수
  • 승인 2009.0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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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대에서 봉직한 지도 벌써 18년째에 접어드니 올해 신입생들이 태어난 해쯤 이 학교에 입교한 것이 되겠다. 봄만 되면 목련 꽃 하며 개나리꽃, 벚꽃 등이 피어 교정은 학생들만큼이나 화사했다. 뿐만 아니라 그때의 교정은 넉넉했다. 교정 한 가운데에는 넓은 운동장이 있어 잘 이용은 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넉넉했다.

그 운동장에는 경기장만 있는 게 아니라 고전적인 스탠드가 있어 더 좋았다. 따뜻한 봄날 그 스탠드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그런가 하면 진선미관을 왼쪽으로 끼고 뒷산까지 올라가 기도터에 들러 한 바퀴 돌아오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 마음이 내키면 북문으로 해서 봉원사를 거쳐 안산 근처까지 쏘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교정 곳곳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았다.

그러던 게 어느 때부턴가 교정에는 서서히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뒤로 너무 많은 건물이 들어서 그것들에 대해 다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기억에 남는 것들만 이야기해보자. 내가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건물을 지을 때 역사를 망각하는 행위이다. 학교 정문과 이화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담하면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이화교를 부수기 전 마지막 날 퇴근을 할 때 이화교 앞에서 사진 찍지 못한 것을 크게 한탄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얼마나 많은 졸업생들의 추억이 담겨있겠는가? 그곳에 있던 그 많던 추억과 역사는 공중분해 돼버렸다.

건물이 모자라 더 지을 수밖에 없는 학교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건물을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는 게 온당한 일 아니었을까 한다. 과거를 다 지우고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ECC가 생겨 교정이 첨단화 됐을지 모르지만 과거가 없는 첨단은 날탕에 불과하다. 이런 현대식 건물은 곧 싫증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륜을 져버려서는 안 된다.

이제 학교 교정에는 역사를 느낄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이대 역사 120년이라는 게 무색하다. 흡사 지금의 학교는 마구지은 건물이 주인이고 사람들은 액세서리가 된 느낌이다. 공간이 없고 자연이 없다. 사람은 자연을 여위면 성품이 피폐된다. 한 마디로 사람은 자연이 없으면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다. 지금 학교는 학원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하는 거라곤 취직 공부뿐이다. 교정에 뒹굴면서 책을 읽고 동무와 걸으면서 토론을 할 만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도대체 이래 가지고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학생들에게 학교란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교정의 낭만이니 인생을 토론하느니 하는 건 취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우리 인생에는 변하지 않는 철칙이 있다. 그것은 인생의 어느 단계든 그 단계가 다음 단계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매 단계는 그것대로 충분한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취직하려고 신입생 때부터 혈안이 되지만 정작 졸업하고 취직하면 현실의 냉혹함에 좌절한다. 그리고 4년 이상을 준비한 직장이 내가 바라던 직장이 아닌 것 같아 고민이 된다. 그렇게 어영부영 다니다 보면 결혼하게 된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60세가 넘고 노년 준비를 할 때가 된다. 지금 이 이야기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인생은 이렇게 휙휙 지나간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노상 미래만 걱정한다면 그런 우린 너무나 불행하다.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학생들은 아직 경험이 일천하니 자신의 그 짧은 생각을 가지고 이리저리 재지 말고 좀 세상의 기존 가치관과 거리를 두라고 말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놓을 때 대우주가 우리를 끌어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냥 취직하겠다고 바동거리지 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 그 일을 할 때에는 어떤 의심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이런 일을 찾는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 학생들이 취직만 생각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최준식 교수(한국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