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랑하면 아름다워진다고들 한다.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워지는지 집어낼 수는 없지만 주변인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마련이다. 사랑을 시작하면 외모나 스타일에 전보다 손이 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비단 ‘스타일’의 문제만은 아니다. 뭐랄까, 전체적인 ‘때깔’이 달라진다고나 할까. 사과 꽃처럼 밝은 표정이랄지 모나리자 못지않은 온화한 미소 등으로 짐작해 보았을 때, 그 사람 내부에서부터 무언가 변화가 일렁이고 있음이 분명하다. 달착지근한 향내를 풍기며 감겨오는, 보는 이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그 나른한 행복감이라니! 분명, 사랑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사랑은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랑의 전제 조건은 표현이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활발하게 드러내야만 한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큼 스스로의 기호나 성향을 여과 없이 내보일 수 있는 기회도 잘 없다.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던 혹은 무시하고 넘어가던 자신의 속성들을 사랑하는 대상과의 소통을 통해 깨우치고 발견한다. 자신이 무엇을 기뻐하거나 못 견뎌 하는지, 사랑은 낱낱이 일러준다. 한 사람과 다양한 감정의 오르내림을 공유하다보면 ‘새롭게 알게 된 나’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게 이런 면도 있구나’라는 작은 깨달음. 사랑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에 대해 탐구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향한 고민’, 사랑이 가져다주는 특별함이다.

그런가 하면 사랑은 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인생이 언제나 행복할 수만은 없는 법. 때로는 시련의 폭풍우가 몰려오거나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도적처럼 달려들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너무나 초라하고 온 세상이 모두 내게 등을 돌린 것 같은 때, 이 초록별 지구 어딘가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축복인가. 사랑에는 서로의 존재 이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 사랑은 우리가 ‘능력이나 조건 등에 관계없이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며 자신감을 북돋는다. 그 고양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리는 다시금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욕망의 충족’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하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다.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층위의 욕망을 품고 사는지 잘 알고 있다. 원초적인 성욕에서부터 자아실현이라는 원대한 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초를 욕망의 성취를 위해 혹은 욕망 자체를 위해 소비한다. 사랑은 다양한 욕망을 실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친밀감이 녹아 든 스킨십은 원초적인 성적 욕망을, 규칙적인 데이트는 유희의 욕구를, 사랑의 상대와 나누는 달콤한 구속의 말들은 소유의 욕심을 해소케 한다. 

물론 사랑을 하면서 가끔은 그로 인한 일상의 무너짐이 겁날 수 있다. 달콤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모닝콜, 눈앞에 아른거리는 몸짓,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오는 체온. 그런 겨자씨처럼 작은 것들이 나의 견고한 일상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푸른 잎을 피워대는 것이 어쩌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역시 하고 볼 일이다. 일상의 자그마한 균열을 대가로 우리는 매우 특별한 선물을 받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놀라운 역사이자,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원인이며, 보다 자유롭게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이니까.

비단 이뿐이겠는가. 사랑은 그 이상의 것들을 가능케 할 것이다. 자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당당히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며 좌절할 일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분명 사랑으로 인해 성장할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 성장에의 열망이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랑을 꿈꾸게 하는 것은 아닐까. 꽃향기가 살랑이며 교정을 가득 메우는 봄, 지금이 바로 우리 사랑을 시작할 때다.

김민아(영문·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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