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학술원이 13일(금) 오후5시 대학원관 106호에서 개최한 ‘오후의 담론과 커피 한 잔:넷째 잔’에서 이서구 석좌교수(생명·약학 전공)가 ‘나의 삶과 학문, 그리고 우리 시대를 말한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진덕규 이화학술원장은 사회자로 참여했다. 강연에는 학생 100여 명과 신용하 석좌교수를 포함한 몇몇 교수들이 함께했다.

강연은 진덕규 교수가 질문하고 이서구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1시간30분의 강연이 끝난 후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자리가 꽉 차, 계단에 앉아 강연을 듣는 학생들도 있었다.

“동안이십니다. 그 비결이라도?”
“과찬이십니다. 머리를 빡빡 감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감아 머리가 빠집니다.”
진 교수가 이 교수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사적이었다. 강연 제목처럼 커피 한 잔 마시며 할 법한 대화였다. 학생들은 강연 중간 중간 등장하는 재치 있는 질문과 답에 크게 웃었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군대 생활, 미국 유학 시절까지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진 교수가 “고등학교 시절이 좋았습니까? 대학교 시절이 좋았습니까?”라고 묻자, 이 교수는 바로 “고등학교 때가 더 좋았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이셨던 이어령 선생님 수업에서 성적이 잘 안 나와, 문과는 저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됐었습니다”라며 “제가 이과로 갈 수 있게 큰 영향을 주신 분인 것 같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 9일(월)자 신문에 실린 ‘시노하라 사장의 기회를 갖기 위한 메시지’를 인용하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슬라이드 화면에는 시노하라 사장의 ‘지금 하는 일에 정신없이 열중하라’,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온다’ 등의 일곱 가지 메시지와 함께 ‘이서구의 메시지’가 하나 더 첨가돼 있었다. ‘배우자를 잘 만나라’는 문구였다. 이서구 교수는 “취직이 안됐을 때 아무런 불평 없이 200여 통의 내 지원서를 대신 작성해준 배우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연 후반부에 진 교수가 “처음 이화에 오셨을 때와 지금 이화의 모습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교수는 이에 “교수 연구 지원이 잘되고 에코과학, 나노과학 등에 우수한 교수님들이 초빙돼 전반적으로 자연과학계통이 많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자연과학대학 학부 교육은 너무하다 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어 실망스럽다”며 뼈있는 비판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화여대는 이제 회계사, 법조인, 변리사 등을 많이 배출했다고 좋아할 시기는 지났다”며 “여성이 진출하기 어려운 자연과학 분야에 이화여대 출신이 많이 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연(국제·06)씨는 “석좌 교수의 강연을 통해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현지 기자 yoyyos@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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