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성목사에 대한 인식 낮아… 남성목사·신도 인식 변화시켜야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돼!" 2003년 11월12일(수) 총신대 채플 연설에서 예장합동 증경총회장 임태득 목사의 말이 논란이 됐다. 발언으로 인해 총신대 총학생회와 종교, 여성계가 사과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직 우리에게 여성목사는 낯설다. 감리교단 내 전체 목회자 9천144명 중 여성목회자 비율은 전체 목회자의 5.37%에 불과하다.(기독교대한감리회 양성평등 통계자료집, 2006년) 우리나라 최초 여성목사는 1955년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안수 받은 전밀라, 명화용 목사다. 그러나 다른 교단들은 40년이 흐른 1990년대에 들어서야 차츰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했다. 이는 1995년 큰 교세를 가진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가 여성안수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크게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여러 교파와 교단들이 있다.

장로교 정수일 목사는 미국 오순절에서 목사직을 안수 받았다. 예수회 장로교(합동)에서 여성목사의 안수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교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여성목사들이 유교적인 봉건주의 사상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있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목사직 안수를 허용한 교단에서도 차별은 존재했다. 감리교는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200명 이상 다니는 교회에서 3년간 수련하는 수련목회자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실장 최소영 목사는 "수련목회자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교회에 이력서를 내도 교회가 남자를 선호해 수련과정에 참여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최목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동기 남성목자들보다 목회현장에 7~8년 정도 늦게 참가해야 했다. 그가 감리교 신학대학원 서기로 활동할 때 목회강연을 하러가자 어떤 사람이 "남자목사도 많은데 왜 여자가 목회를 하느냐"고 말한 적도 있었다. 진급과정, 논문 심사에서도 차별은 계속됐다. 최목사는 "미혼이면 '결혼 언제 할 것이냐', '결혼은 언제 할 것이냐'라고 묻고 기혼이면 '남편이나 섬기지 왜 목회를 하느냐', '아이 낳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여성센터 대표로 있는 한국염 목사는 "종교의 성차별에도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인데, 많은 여성들이 교회의 성차별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교단들은 성서를 근거로 여성의 목사직 안수를 반대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성서 구절 중 하나는 디모데전서 2장 11~15절이다. 디모데전서에는 "여자는 조용히 순종하면서 배우십시오. 나는 여자가 가르치거나, 남자를 지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아담은 속은 것이 아니라 여자가 속아서 죄에 빠진 것입니다. 그러나 여자가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을 지니고 정숙하게 살면 아이를 낳은 일로 구원 받을 것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성서 구절에 대해 정용석 교수(기독교학 전공)는 "성서의 근본적인 메시지는 모든 사람은 귀한 존재이고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녀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며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은 현상은 남성우월적인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염 목사는 "성서는 분명 여성을 사사로, 예언자로, 제자로 인정하고 있다. 바울의 글 앞뒤나 문화적 배경을 헤아리지 않고 일부만 보고 여성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들은 여성목사가 필요한 이유로 그들이 대다수의 성도들과 같은 여성임을 강조한다. 감리교 이은정 목사는 "기독교의 신자 중 70~80%는 여성"이라며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도들과 찾아가는 목회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숙 교수(기독교학 전공)도 "21세기 목회는 권위적인 목사님 보다는 친구같이 위로해 주는 목사님이 더 어울릴 것"이라며 "교회 신도들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아픈 사람의 위로나 보호를 여성목사가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첫 여성목사가 배출된 후 약 50년이 지났지만 아직 여성목사에 대한 인식은 낮다. 김신아 목사는 "실제로 목사활동을 하다 보니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남성목사님이나 남성지도자, 신도 분들의 인식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안선희 목사는 "여전히 여성목사는 남성목사에 비해 임금이 차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맡겨지는 직무도 남성목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교회내의 현실이 어떤 면에서는 사회나 직장에서 빚어지는 상황보다 열악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여성목사들이 활동하는 교회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정용석 교수도 "현재 여성목사들은 목회, 선교, 신학 교육 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열악한 형편에 있다"며 "지금보다 여성목사 안수가 증가돼 하고, 여성목사의 역할과 활동영역도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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