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여성 레티마이 투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이주여성 위해 봉사

“신 하이 노이 디(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전화를 받는 사람은 베트남 이주여성 레티마이 투(강동구·24)씨다. 투씨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유일한 이주여성출신 인권운동가다. 그는 스무 살에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왔다. 3년차 한국 생활이지만 신문을 읽을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하다. 투씨는 센터에서 베트남 여성들의 상담전화를 받거나 글을 번역한다.

센터로 걸려오는 상담전화의 35% 정도가 가정폭력에 관한 전화다.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17.5%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투씨는 “임신 중인 한 베트남 친구가 정신병이 있는 시누이와 시어머니에게 맞았다고 전화한 적 있다”며 “소송 때 진술서를 번역해줬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센터에서는 요일을 정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모임을 운영한다. 기자가 센터를 찾은 5일(목)에는 베트남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에서는 신문을 읽으며 한국어를 공부한다. 투씨는 이 모임의 보조교사다. 신문에 “마음도 제대로 표현이 안 돼 답답했다”는 문장이 나오자 참가자 마우씨가 ‘표현’의 뜻을 묻는다. 한국인 교사가 설명해줬지만 이해되지 않는 눈치다. 이때 투씨가 베트남어로 ‘비우 히응’이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아아~ 이해했어요’라며 노트필기를 한다. 원티넝(28)씨는 “한국 선생님이 설명해도 모를 때 투가 베트남말로 알려주면 좋다”며 “지금은 한국어를 잘 못해도 나중에 센터에서 일하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한 해에 약 천명 이상의 이주여성이 한국이주여성센터를 찾는다. 베트남 출신여성 30%, 중국 출신여성 30%,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여성이 센터에서 도움을 받는다. 센터는 이주여성들의 사회적응과 자신감 회복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래반’, ‘동화구연반’, ‘초등학교 1학년 공부반’으로 구성된 취미교실도 그 중 하나다. ‘초등학교 1학년 공부반’에서는 엄마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초등학교의 학습내용을 미리 알려 준다.

이영희 교육문화팀장은 “자신감을 회복해주기 위해 노래반, 동화구연반의 공연기회를 많이 마련하려고 한다”며 “초등학교 1학년 공부반이나 영어, 컴퓨터 학습반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국사회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2003년부터 이주여성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해왔다. 2월에는 ‘한국어 지도자 양성과정’도 개설했다.  교육생들은 4월부터 센터에서 자국 출신 이주여성에게 기초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다.
허오영숙 조직팀장은 “투씨는 한국사회에 스스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주여성”이라며 “앞으로 투씨 같은 사람들을 많이 발굴해 이주여성 활동가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은지 기자 eunggi@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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