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美 국무장관 타운홀 미팅 후기

큰 무리없이 진행되긴 했지만 힐러리 방교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고 학교측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더 있었을 줄로 안다. 하지만 공지 이전 초대받은 국제학부, 교환학생들에 관해 말이 많다.

사실 영어로 진행되는 행사고 3할 이상이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던 행사의 성격으로 봐서 어느정도 영어에 익숙한 학생들을 참가시키고 미리 연습시키는 것이 매끄러운 행사 지원차원에서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전 명문 K대학에서 외국 석학을 불러다가 영어로 강연을 했을 시 결국 반 이상의 학생이 적응하지 못하여 중간에 나가버리는 민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일방적인 개인의 기회박탈이 아닌,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성공적 행사를 치르기 위한 방편이었음에 이해를 구할  행사가 되지 않았을 까 생각한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우리사회 여성 멘토의 부재를 단편적으로 드러냈다. 질의 응답은 인생 선배로부터 수많은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배울 수 있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한껏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Q&A 시간은 응답자 뿐만 아니라 듣고 있는 청자까지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랑, 딸에 대한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힐러리 외무장관은 장관 이전에 어머니, 아내, 전문 변호사로서 수많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고 그에 대해 다양한 궁금증이 있을 수 있다. 만약 힐러리 장관이 그 질문 곧이 곧대로 대답했다면 어땠을까?

어색했던 질문에 오히려 그녀는 노련하게 대응함으로써 더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행사 전날 늦은 저녁까지 리허설을 마친 학생들. 행사 전 두시간을 넘도록 기다린 약 2천여 명의 이화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쉽지 않았나 싶다. 또한 평소 목마른 이화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여성 멘토의 부재가 이번 질의응답시간에도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힐러리의 이화여대 방문은 학교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 개인적으로도 득이되는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약 120여년 전 메리 스크랜튼 여사가 척박한 한국에 여성을 위한 교육의 씨앗을 뿌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씨앗을 한국을 관통하는 뼈아픈 전쟁과 역사로부터 지켜내고 키워내는 이화인들, 졸업생들, 교수님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이화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힐러리 국무장관의 방교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엘리자베스 여왕에 이은 힐러리의 방문은 이화여대의 역할 및 존재에 에 힘을 실어주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힐러리 장관의 명예이화인상 수상은 이화가 추구하는 여성 이니셔티브의 정신에 대한 표상일 뿐 아니라, 연설을 통해 미국 외무부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자신의 브랜드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을 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힐러리가 이화에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자라고 영부인만 하라는 법은 없다. 어쩌면 수많은 이화인들에게 꿈을 남기고 가지 않았을까.

김유나 (심리·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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