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 학교는 1월1일(목) 지적장애인 5명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지적장애인을 채용한 것은 국내 대학 중 우리 학교가 처음이다. 이수호, 박서희, 이진경, 이정익, 박종민씨는 1월5일(월)부터 각각 교내 식당, 휘트니스 센터, 행정실, 도서관 등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본지가 1월12일(월)~28일(수) 이화의 새로운 식구가 된 그들을 직접 찾아가 봤다.

“내가 이 식당 홀매니저입니다!”
‘헬렌관 식당 홀관리, 주방보조 이수호’. 자신의 명찰을 자랑스레 들어보이는 이수호(21·지적장애3급)씨는 헬렌관 식당의 홀매니저다.

1월12(월) 정오 즈음. 이수호씨가 일하고 있는 헬렌관 식당을 찾았다. 마침 한산한 시간대라 이씨는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저는 우리 학교(특수학교)에서 부반장이라서 스타, 짱이에요.”
이수호씨는 헬렌관 식당에서 오전11시~오후3시까지 하루 4시간 일한다. 그는 손님들이 휩쓸고 간 홀을 정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행주를 깨끗이 빨아 식탁들을 꼼꼼히 닦았다.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말라붙은 김칫 국물도, 딱딱하게 눌러 붙은 밥알도 이씨의 손을 거치자 말끔히 사라졌다.
그는 일을 거들던 기자에게 조언도 한다. “의자는 줄 맞춰서 끝까지 넣고, 반찬 그릇은 여기에 가져와서 쌓아둬야 돼요.”

어느덧 홀정리가 끝났다. 그는 정리가 잘 됐는지 다시 한 번 식당을 한 바퀴 둘러보며 확인을 한다. 그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깐깐한’ 홀매니저였다.
주방에 선 그는 하얀 앞치마와 고무장갑으로 무장했다. 설거지와 식기정리를 하는 그의 표정이 진지하다.
“우리 수호가 일을 참 열심히 한다니까~” 식당 동료인 김정례(55·헬렌관 식당 직원)씨의 칭찬에 수호씨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수저 하나하나, 접시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닦고 나서야 그의 일과는 끝이 난다. 오후 3시, 집으로 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1월14일(수) 오후2시반, 중앙도서관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반납도서를 수거하고 돌아오는 직원들 틈 속으로 박종민(25·발달장애 3급)씨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종민이는 책 수거하는 게 제일 좋아요.”

도서관리를 보조하는 박씨는 책 포장, 반납도서 수거, 도서 분류 등의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이 중에서 도서관 차량을 타고 캠퍼스 곳곳의 반납도서를 수거하는 일을 가장 즐긴다. 그는 수거해 온 반납도서를 가져와 책 수레에 담았다.

박씨가 정리한 수레를 다른 직원들이 각 층별로 옮길 동안 그에게 짧은 쉬는 시간이 생겼다. 그동안 그는 기자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질문을 쏟아냈다.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선생님, 나이는 몇 살이에요?”, “선생님, 할머니 이름은 뭐예요?”, “선생님, 동생 이름은 뭐예요?”
한참 질문을 하던 그에게 기자가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묻자 갑자기 애창곡 ‘바위섬’을 부르기 시작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 곳에….”
노래를 듣는 내내 세상의 편견을 꿋꿋이 견뎌왔을 그의 모습이 바위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종민씨는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300, 700, 800번대 도서를 번호 별로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책은 이렇게 차곡차곡 꽂는 거에요” 책을 꽂는 그의 손길이 야무졌다.

일이 거의 끝날 무렵,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생긴 꿈을 털어놨다. “종민이는 뉴욕 갈꺼예요!” 그의 꿈은 큰이모가 살고 있는 뉴욕에 가는 것이다. 월급을 모두 모아서 꼭 뉴욕에 가겠다고 말하면서 눈이 반짝였다.      

ECC 지하 4층 휘트니스 센터에는 박서희(23·지적장애 3급)씨와 이진경(23·발달장애 2급)씨가  관리 보조직을 맡고 있다. 오전은 박서희씨가, 오후는 이진경씨가 담당한다.

 “흐흐흐, 하하하하”
1월19일(월) 오후1시, 센터 안에서 이진경씨의 특유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는 센터 내의 분위기 메이커다. 듣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소리 덕에 그는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즐겁게 일하는 점도 그의 인기 비결이다.

이씨는 안내데스크에 앉아 카드와 열쇠 를 관리 한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되면 스스로 센터 내를 돌며 미션을 수행한다. 아령정리, 러닝머신의 TV 모니터 끄기, 수건개기 등이 그가 맡은 미션이다. 샤워실에 수시로 들어가 화장대와 세면대, 샤워장 정리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수건을 개는 손길이 무척이나 정성스러웠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라 지루할 법한데도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수건을 갰다.
“로고가 위로 올라가게 3번 접고, 1번 더 접어야 해요.” 
느리지만 차근차근, 그리고 즐겁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이씨. 힘들지 않냐고 묻자 “하나도 안 힘들어요! 재밌어요! 흐흐흐, 하하하하”라며 함박웃음으로 답하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1월28일(수) 오후2시, 기자는 이정익(22·지적장애 2급)씨를 만나기 위해 사범대 행정실로 향했다.

이정익씨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마냥 즐거워 보였다. 그는 사범대 건물 안팎에 비치된 게시판을 바쁘게 오가며 게시판 정리를 했다. 불법 전단지를 떼어내는 그의 손놀림이 경쾌했다.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올 정도로 유난히 추운 날이었지만 그는 전혀 힘든 기색조차 없었다.

3시반이면 우편물 정리가 시작된다. 우편물정리 하는 것이 가장 재밌다는 이정익씨. 그에게 우편물 정리보다 재밌는 것은 첼로 연주다. 
“첼로를 할 수 있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 망가진 첼로를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연주곡은 ‘예수, 나를 위하여’라고.

첼리스트가 되고 싶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씨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첼리스트도 하고 싶지만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당연히 최고로 되고 싶습니다.”

글: 전은정 기자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이다겸 기자 sunshine101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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