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교사 할당제는 어불성설
남교사 할당제는 어불성설
  • 이영신 편집국장
  • 승인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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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신 편집국장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이 높아지면서 남교사 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남학생들이 여교사에게 오랫동안 배우면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여성화되므로 남교사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 비율이 높은 몇몇 직업군에서는 여성 할당제를 시행하므로, 여성이 많은 초등학교에서도 남성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대에 다니는 친구에게 남교사 할당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자 “교대 신입생 선발할 때도 남성 할당제를 시행 중인데, 남교사 할당제까지 적용하는 것은 이중혜택이자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서울교대, 경인교대 등 전국 11개 교육대학은 신입생 선발 시 25%에서 40%까지 남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교사 비율이 거의 90%에 달하는 과천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봤다. 교감에게 초등학교 남학생이 여교사 아래서 오랫동안 지도받으면 여성화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교사의 여성성, 남성성은 성별 차이보단 개별 차이가 크다. 여교사에게 배운다고 해서 남학생이 여성스러워 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남학생들이 여성스러워진 것은 초등학교 때 긴 시간 여교사에게 배운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학생의 성향은 교사의 성별이 아니라 교육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아이를 과잉보호 하다 보니 나약해진 경향이 있는데, 그걸 여성스러워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남학생의 담임이 여성이었다고 해서 그가 여성화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남학생들이 여성화 된다고 해도 그것을 ‘성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

여교사 비율이 높다지만, 우리나라 여교사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다. 미국 여교사 비율은 89%, 독일은 84%, 프랑스는 82%로 75%인 우리나라보다 높다.(2006년) 이들 국가 중 남교사 할당제를 시행하거나 추진하는 국가는 없다.

보통 초등학교 교사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에 있다고 말하지만, 관리직 승진에 있어서는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교장 중 여성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교육통계연보(2006년)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전체 72%였으나, 교장은 9.3%, 교감은 16%였다.

언론은 매년 점점 높아지는 초등 여교사 비율을 보도한다. 그러나 전체 초등교원 중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74%다. 일부 도시의 여교사 비율이  90%에 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과학기술부에 공개된 교육인적자원서비스를 이용해 지역별로 통계를 내봤다. 여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 구리, 과천, 안양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신도시였다. 이들은 여교사 비율이 각각 89.92%, 89.55%, 89.01%다.
그러나 중소도시나 읍 지역으로 갈수록 남교사 비율이 증가했다. 남교사 비율은 서울시18.38%, 광역시 24.02%지만, 도서벽지 지역은 51.58%다. 수도권에 있으나 도서벽지 지역으로 분류되는 파주와 연천은 남교사 비율이 55.4%, 61.05%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이런 결과에 대한 이유를 묻자 “섬이나 산간벽지에서 근무하면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을 딸 수 있다. 가산점을 얻으면 승진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남교사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감수하며 산간벽지에서 근무하려고 하지만, 가사와 육아문제는 아직까지 ‘여성의 몫’이기 때문에 여교사들이 교육 환경이 좋은 대도시를 선호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성 할당제는 시행하면서 왜 남성 할당제에는 반대하느냐’고 반박한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장치이다. 남성들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데 어떠한 차별도 받고 있지 않으므로 여성 할당제를 이유로 들어 남교사 할당제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성 교원 비율을 높이기 위한 해답은 남교사 할당제가 아니다. 우수한 초등학교 남교사 비율을 높이고 싶다면 초등 교원의 지위를 높이고 근무조건을 향상시켜 똑똑한 남학생들이 교대에 많이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이영신 편집국장 harry0127@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