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본지 기사에서는 지원자가 줄어 신입생 경쟁률이 하락한 우리 학교 입시 현황을 그렸다. 경쟁률이 하락하게 되면 수능시험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줄어들고, 이는 대학의 배치표 점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점수 하락은 다시 경쟁률 하락으로 돌고 돈다. 꽤 오래된 이야기다.

‘점수’가 낮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배치표 점수 하락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능시험 점수=우수한 학생’이라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월24일(화) 조선일보에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로 입학해 수능시험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학생이 학과 수석으로 졸업한 이야기가 게재됐다. 서울대는 2월23일(월)  지역균형선발 전형 합격자 들의 평균 학점이 정시모집 일반전형 학생들보다 학점이 높다는 사실도 밝혔다.

수능시험 점수가 높아야 인재는 아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업무를 경험한 단국대 남보우 교수(경영학전공)는 신동아 2008년10월호에서 “다른 소질이 있어도 90점이 100점을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는 많은 폐해를 낳아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구조는 비단 사회에 ‘고3 병(病)’을 전파시킨 죄 뿐 아니라, 우수한 대학에 우수한 학생이 아닌 ‘암기력만 좋은 학생’을 입학시켰다는 죄를 안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번 호 학보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한 첫 입학생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 선발 방법 등의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이 대학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선발은 학생의 교과 성적보다는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진다. 물론 이 제도의 파생지인 미국과 우리 나라의 상황이 달라 우려점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단순히 점수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가늠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번 호 본지에서 인터뷰한 입학사정관제 입학생들은 수능시험 점수가 높지도 않았고, 과거의 기준으로 볼 때 결코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다.
한 대안학교 졸업생은 공부보다 환경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기를 즐겨했고, 봉사 동아리를 창립한 한 학생은 열정적인 봉사활동으로 부원들의 부모들에게 ‘입시가 코앞인데 아이들 공부를 방해한다’는 원성을 샀다. 건축물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핑계로 고3의 끝무렵에는 학교를 밥 먹듯이 빠진 학생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한 분야에 남다른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

항상 전교 2등에 머물렀던 여고생이 전교 1등을 살해했다는 귀담은 요즘 세상엔 맞지 않는다. 전교 50등이라도 남다른 열정을 지닌 성실파라면 그가 누구보다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야심찬 활동가였던 전교 50등의 손에 이화여대, 우리나라의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