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하기위해 휴학은 다반사, 채플 미이수, 강의 낙제점 받아 일부러 졸업 유예

경기 침체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대학생들 사이에는 ‘취업입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의 벽은 높기만 하다.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이나 졸업 연기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방학·휴학동안 취업공부에 열중

취업준비생들은 방학을 반납하고 스펙쌓기에 열중한다. 경북대 신봉재(화공·02)씨는 토익공부를 위해 올 겨울방학 대구에서 상경했다. 그는 “취업을 위해서는 토익점수가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데, 서울은 학원이나 학생들 간 정보공유가 잘 돼있어 올라오게 됐다”고 말한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학원 근처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그의 한 달 생활비는 고시원 45만원, 학원 30만원, 식비 등을 포함해 100만원이 넘는다. 그는 “돈을 아끼기 위해 아침은 1000원짜리 김밥, 점심은 고시원에서 주는 라면으로 허기만 대충 때운다”고 말한다.

신씨는 16개가 넘는 자격증, 해외봉사 경험 등을 가지고 있는 고(高)스펙자다. 그러나 그는 “경제위기 이후 얼어붙은 취업시장때문에 답답하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신씨처럼 서울로 토익을 공부하러 오는 지방 학생들은 유명 토익학원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해커스’토익학원이 위치한 선릉역 주변 ‘리빙캐슬’고시원 총무 김덕규씨는 “방학 때 토익학원을 다니려고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10~15명 된다”고 말한다.

자격증을 따거나 인턴 경험을 쌓으려고 휴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강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ㄱ씨는 2007년 1년간‘FRM(국제재무위험관리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휴학 했다. 금융권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취업 시 이력서에 쓰면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이라 준비하려 했다”고 말했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위해 경영 공부를 하는 동아리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숙지는 취업에 필수적”이라며 “취업준비생들은 보통 스터디 등을 통해 따로 경영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채플미루기, F받기 등으로 졸업 미뤄

취업시장에서 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다보니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학교 ㄴ씨(국문·05)는 8학기를 모두 이수했지만 졸업을 연기했다. 취업이 안 된 상태로 졸업을 하자니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학기 방송아카데미, 스터디, 영어공부 등 취업준비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졸업까지 미루다보니 취업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경기불황 때문에 공채도 잘 모집하지 않는다”며 “과연 이번 학기에는 취업이 될지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채플을 이용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있다. 교목실은 취업 때문에 졸업을 미루기 위해 채플 이수를 포기하고자 문의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밝혔다. 

졸업을 미루기 위해 자진해서 ‘F’를 받기도 한다.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ㄷ씨는 지난학기 교수님께 취업을 못해 졸업할 수 없다며 ‘F’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교수님께서도 요즘 취업난을 감안해 특별히 학점을 낮춰 주셨다”며“금융권 공기업에 지원하고자 하는데 채용인원이 줄어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한국외대 윤현덕(경영·02)씨도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결정했다.

그는 900점대 토익점수, 인턴 경험, 여러개의 컴퓨터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갖췄지만 그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휴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휴학기간 동안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사’자격증을 따서 취업에 좀 더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다. 윤씨는 “요즘은 취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졸업을 미루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강애란 기자 rkddofk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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