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창간 축사

이대학보가 창간 55주년을 맞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축하합니다. 이대학보가 이화인들의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이대학보를 위해 땀과 열정을 바친 수많은 학생 기자들과 주간 교수님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대학보는 6.25 전쟁 직후인 1954년에 처음으로 창간되었습니다. 전쟁의 혼란과 폐허 속에서 탄생한 이대학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여대생들의 창조적 지성과 진취적인 이화 정신이 오롯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지난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이화인들과 동고동락해오면서 이대학보가 한국 사회에 정의와 여성 인간화의 가치를 일깨우는 시대의 창으로, 다양한 개성과 목소리를 지닌 이화인들을 하나로 묶는 열린 광장으로 그 소임을 다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총장이 되기 전 저는 역사학자로서 ‘이대학보 50년을 통해본 이화역사 사진집’ 간행을 주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대학보의 눈으로 찍은 수만 장의 사진에는 또 하나의 이화가 소중히 담겨있었고 그 자체가 중요한 역사적 사료였습니다. 다시 한 번 신문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이자 시대 정신의 기록임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대학의 모습을 담아내는 시대의 창으로서 이대학보의 임무는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대학보가 지난 55년간 성실히 대학 언론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화라는 대학 공동체를 선도하는 미래 지향적인 역할을 담당해 주길 당부합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대학들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대학의 지성인 이대학보가 대학과 학생들의 소명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함께 하는데서 이화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입니다.
 또한 대학 언론은 기성 언론과 달리 독창적이면서 산소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대학보가 이화만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대학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이화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주역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화에는 전 분야를 망라한 탁월한 학자들과 우수하고 개성 있는 학생 등 소중한 자산이 많습니다. 이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나간다면 이화만의 참신한 대학 문화를 창조해 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대학은 이미 세계인의 캠퍼스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매년 1300명의 이화인이 세계로 나가고 있고, 3500명의 외국 학생들이 이화를 찾고 있습니다. 이화와 세계가 학문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공유되고 융합되는 글로벌 캠퍼스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젠 이대학보도 이런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다양한 이화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서로 다른 문화를 아우르고 소통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지난 55년 동안 이대학보가 걸어온 길이 언제나 진취적인 젊음으로 가득했듯이 이대학보가 열어갈 미래의 역사도 늘 푸르고 드높고 무궁하기를 바랍니다.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이대학보를 반갑게 맞는 모든 이화인들을 대신하여 다시 한 번 이대학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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