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는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
학보사는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
  • 김재은 기자
  • 승인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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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강렬하게 원한다면 도전해 보세요. 방송작가는 그만큼 매력있는 일입니다.” 
이대학보사 40기 문화부장 출신 최영선(철학·90년 졸)씨는 1989년 MBC ‘오늘의 요리’를 시작으로 ‘김국진의 스타다큐’, ‘요리보고 세계보고’ 등을 집필해 온 구성작가다. 20여 년 동안 방송작가 외길을 걸어온 그를 1월7일(수) MBC 경영센터 로비에서 만났다.
방송작가가 어떤 직업인지도 잘 몰랐던 대학 4학년 말, 그는 MBC 구성작가에 도전했다.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 모니터와 개선 아이디어를 써내는 것이었다. 담당 PD로부터 “원래 선발된 사람이 일주일도 못 버티고 그만뒀는데 하겠느냐”며 연락이 왔다. “악명 높은 PD와 일년 반 동안 일했어요. 제가 그를 견딘 최장수 작가였죠.” 그는 처음에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시사교양 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자리 잡았다. 이후 쉬지 않고 일한 지 어느덧 20여 년이 됐다.  
최씨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인간관계, 인내심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그런 것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배웠기에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그는 3학기(2학년 2학기∼3학년 2학기) 동안 학보사 기자 생활을 했다. “작가가 된 후에도 처음엔 기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작가라는 직업이 매우 만족스러워요.” 학보사 문화부장 출신인 최씨는 “공연 평, 문화관계자 인터뷰, 문화 관련 기획기사 등을 많이 썼어요. 그때 문화부에서 일한 것이 작가로서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녹화방송보다 생방송을 즐기는 작가다. “생방송에서는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하지만 끝났을 때 무척 상쾌하거든요.” 그는 지난 1994년 ‘손석희, 허수경의 아침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헤어졌던 모녀를 만나게 하는 코너를 맡았다. 방송 전에 만나면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지 않아 철저한 보안 속에 출연진을 분리시켰다. “공교롭게도 두 모녀가 방송국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딸이 어머니를 알아본 거예요. 딸은 생각과 달리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에 실망했죠.” 방송을 망칠까 봐 다급해진 최씨는 방송 직전까지 세트 뒤에서 딸을 다독거렸다. “헤어진 어머니가 얼마나 그리웠냐, 어머니가 원망스럽겠지만 용서하라”며 다독였다. 긴 대화를 나눈 끝에 딸은 결국 울먹거리며 무대 중앙으로 나갔고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일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섭외’다. “‘우정의 무대 특집’을 할 때 어떤 가족을 섭외해야 했는데 절대로 못 나오겠다는 거예요.” 그는 3박 4일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전화를 했다. “나중에는 제 목소리가 쉬어서 우는 것 처럼 들렸나 봐요.” 그의 끈기에 그 가족들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최씨는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사람보다는 사소한 것이라도 많은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 살인적인 방송작가 업무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체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방송작가는 아플 시간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방송작가의 힘든 일상이 느껴졌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3개월이 넘는 준비과정 끝에 한 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일이 엄청나게 힘들어도 정말 재밌고 보람이 있어서 펜을 놓을 수 없다”는 그는 자신과 시청자 모두 만족하는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쉬지 않고 글을 쓴다.                  
                       
김재은 기자 tia214@ewhain.net
사진:고민성 기자 minsg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