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대학보는 1954년 2월12일 창간 이후 올해로 창간 5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평소 이대학보를 꾸준히 읽어온 학생 2명과 교직원 1명에게 학보에 대한 비판과 격려를 들어봤습니다.

 “먼 훗날 후배들이 2009년의 이대학보를 보고, 진취적인 선배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되길”

심세성(국제학부행정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시각으로 교내외 구석구석을 환히 비추고자 쉼 없이 달려온 이대학보를 정말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슈를 보는 우리의 눈과 입이 이토록 밝고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대학보 홈페이지(inews.ewha.ac.kr)가 제공하는 PDF서비스를 통해 창간 초기에 발행되었던 오랜 학보들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기분이 참 오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주 오래된 이대학보의 PDF 파일을 클릭하는 순간, 세월에 뭉개진 활자들이 모니터를 메웠습니다. 사라진 어법과 어체, 그리고 국한문이 혼용된 세로쓰기로 기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라고 할 만한 그 기사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를 긍정하면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으며, 학문에 대한 열정과 풍부한 감성으로 지면을 채워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돋보였으며, 때로는 글과 어우러진 소박한 위트와 삽화, 아마추어적인 수줍음으로 읽는 자의 마음을 바짝 끌어당기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그러하듯이 이후에 후배들 또한 처음엔 어색한 형식과 표현이 재미있어 학보를 뒤적이다가 진취적으로 시대를 살아가며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한 선배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부디 그 선배들을 배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미디어와 다를 바 없이 갈등과 대립, 냉소와 비판, 고발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언론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화합과 협력, 칭찬과 격려, 설득과 이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학생기자들이 만드는 신문답게, 이대학보는 세계화와 첨단 디지털 영상문화의 급속한 발전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사명과 역할, 대응 전략을 고민하며 동시대의 우리들을 보다 넉넉하게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줄 압니다. 이대학보가 쉰다섯 해 동안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늘 한 발 앞선 지혜와 감각, 힘찬 패기와 박력을 발휘해 주리라 믿습니다. 이대학보를 아주 오랜 친구로, 믿을만한 선배로 여기며 아낌없이 격려하며 성원할 것입니다. 이대학보가 다른 어떤 언론보다 젊고 건강한 꿈과 열정으로 우리의 길을 밝게 비춰줄 것을 기대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밝은 면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키워나가서 진실을 파고드는 치밀함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속상하고 답답할 때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당황하고 힘들어 말문이 막힐 때면 담겨진 속마음을 대신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앞에 있는 장애물이 높고, 키가 작아 미처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편견의 벽을 뛰어넘어 더 넓고 원대한 세상에 눈뜰 수 있게 도와주길 원합니다.
창간 55주년을 맞은 이대학보의 거듭된 발전을 통해 이화의 내일이 어제보다 더 아름답게 되길 간절히 염원합니다.

심세성 (국제학부행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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