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초벌로 쓴 원고) 가져오세요!”

  나의 목덜미를 바짝 조이는 무시무시한 한마디, 마감을 알리는 편집부국장(부국장)의 외침이다. 한 학기동안 학보사 수습기자(수습)로 지낸 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마감이다. 나는 2008년도 2학기부터 학보사 수습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마감이 이렇게 무섭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한 주에 기사 두 세개 쓰는 게 뭐 그렇게 어렵겠어?’ 나의 겁 없는 수습 생활은 마감과 함께 시작됐다.

  월요일에 나올 신문은 그 전 주 금요일 오후에 편집을 해 인쇄소에 넘겨진다. 따라서 목요일 저녁까지 초고 마감, 금요일 오전까지는 모든 기사가 완고(수정이 끝나고 완성된 원고) 돼야 한다. 목요일에는 ‘피 말리는’ 마감과의 사투가 벌어진다.

  목요일 오후 6시. 학보사 기자들은 기사와 한 판 씨름을 벌인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눈빛엔 긴장감이 감돌고, 타닥타닥 타자를 치는 손가락은 쉴 새가 없다.

  오후 10시. 기자들은 밤샘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질끈 묶는다. 준비해 온 편한 옷을 입고 삼선 슬리퍼를 신으면, 일명 마감용 복장 완성! 화사한 화장이나 치마, 하이힐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다.

  기자들이 마감용 복장으로 변신하면 수습기자들은 야식을 준비한다. 초고를 내고 나서도 선배 기자에게 밤새도록 ‘빽(back, 기사 수정을 뜻하는 학보사 은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체력을 위해 야식을 챙겨 먹는다. 

  금요일 새벽 2시. 기사 고치는 일은 반복된다. 꾸벅꾸벅 조는 기자들도 있고 이어붙인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하는 기자도 있다.

  금요일 오전 5시. 하나 둘 기사 완고가 나온다. 하지만 완고가 나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FCD(Fact Checking Desk, 사실 확인 과정) 문건을 만들고, 교열을 하고, 기사 편집실에 있는 맥킨토시 컴퓨터에 기사를 넣는 일이 남아있다. 이 모든 것을 끝내면 기자들의 마감은 끝이 난다. 그 이후에는 선배들이 기사 중요도에 따라 편집을 한다.

  정말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목이 타 들어갈 정도로 마감은 ‘쓰다’. 하지만 새벽에 동료 기자들과 먹는 얼큰한 컵라면 맛을 아는 사람은 마감의 참 맛 또한 알 것이다. 나는 오늘 밤도 마감의 쓴 맛, 그 뒤에 오는 달콤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기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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