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석좌 교수·정대현 전 한국문화연구원장 등 각 분야 전문가 모여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학 논의


 한국문화연구원 개원 5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20일(목) 오전9시30분∼오후6시 우리 학교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대회는 한국학·한국문화 교육 국제화 사업단과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이 주최하고 이배용 총장·이어령 석좌 교수·서울대 규장각 김영식 한국학연구원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배용 총장은 “한국학연구원이 발전하면서 한국학 소통과 융합의 장을 만들었다”며 “이화에서 최초로 설립된 연구소의 반세기를 매우 축하한다”고 말했다.
 대회는 개회사·축사와 1·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는 ‘한국학 50년, 회고와 전망’, 2부는 ‘한국인의 의식과 물질문화’를 주제로 발표·토론 시간을 가졌다.
 1부 연설에서는 이어령 석좌교수가 ‘한국 언어의 특성으로 본 한국학의 문제점’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외국의 한국학 연구와는 차별화 돼야하는 우리나라 한국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서양은 어휘 하나가 과거에 어떤 의미였는지 알려주는 ‘역사성’을 띤 사전이 있어 어휘 하나도 뿌리를 알 수 있다”며 “우리도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관습이 어떤 것이며 그 근본은 어디부터 시작한 것인지 알고 한국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한국학연구원장은 ‘한국학의 현황과 반성­긴장과 조화’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2부는 각 분야 전문가가 발표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충북대 김승환 교수(국어교육 전공)는 ‘물질문화 시대의 문학노동과 문학노동자론’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아직까지 논의된 바 없는 ‘문학노동’이나 ‘문학노동자’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근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 분야도 그 가치가 평가되며 작품이 ‘상품’이 되는 사회가 도래했다”며 “예술행위가 생산적 노동임을 예술가가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론을 맡은 서울대 방민호 교수는 “작가의 존재론적 근거를 밝히고 최근 한국문학 연구 추세에 비춰볼 때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작가라는 노동자를 둘러싼 문학상품 생산 메커니즘·작가노동자 고용 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자본가가 존재하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신문방송학 전공)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갈등과 대중문화 담론’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정체성 갈등 양상은 사회적 상황 변화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며 “문화 정체성 갈등을 창조력 확장의 잠재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통신대 정준영 교수(문화교양학 전공)는 토론 시간에 “대중문화는 수용자의 압력에 민감히 대응하면서도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반응한다”며 “결국 문화의 내적·외적 변화가 조화돼 전체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항공대 최봉영 교수(한국학 전공)와 우리 학교 조성남 교수(사회학 전공)가 ‘한국인의 임자에 대한 꿈과 한국어’를, 우리 학교 최준식 교수(한국학 전공)와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이 ‘현대 한국 종교의 물질중심주의­영원 철학적 입장에서’를 발표했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정대현 전 한국문화연구원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만큼 한국학은 중요한 학문”이라며 “앞으로 이화가 한국학에 지성적 세계화를 더해 한국학·전통 계승에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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