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서 시험을 볼 수조차 없어요. 응시료 뿐 아니라 문제집과 학원비까지 생각하면 앞이 캄캄합니다”
 취업을 위해 토익(TOEIC), JPT(일본어능력시험), HSK(한어수평고시)를 준비해 본 적 있는 홍익대 최승화(경영·00)씨는 한 회 시험 응시료만으로 13만9천원을 써야한다. 응시료, 학원비, 교재비를 모두 합치면 70만원 정도다. 최씨는 “나는 아르바이트 덕분에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며 “집이 부유하지 않은 고학생에게는 버거운 돈”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 기업이 채용 시 토익 등 외국어 성적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하면서 외국어 능력 시험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데 응시료, 학원비 등 학생들이 부담하는 돈이 만만치 않다.
 잡코리아(jobkorea.co.kr)와 캠퍼스몬(campusmon.com)이 최근 4년제 대학 2·3·4학년에 재학 중인 1천3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받는 취업 사교육으로 ‘토익·토플·텝스’(63.5%)가 1위를 차지했다. 영어회화(46.1%), 컴퓨터활용분야 자격증(36.4%), 전공분야 자격증(31.4%)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교육부는 토익·토플의 연간 응시료는 850억원을 넘고, 학원, 교재 등 국내 토익 관련시장만 4천억원~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 토플 응시료 170달러로 타이완·미국보다 20달러 비싸
  
 올해 기준 토익 응시료는 3만7천원, 토플 응시료는 환율이 올라 약 23만원(170달러)에 이른다. 토익을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김형준씨는 “모든 학생들이 영어 자체보다, 점수를 목적으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시험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매달 보는 사람도 많은데 학생의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토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환율이 올라 지난해 약 15만원 정도였던 응시료가 올해 23만원이 됐기 때문이다. 2007년4월24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플 iBT(인터넷 방식 시험) 응시료는 170달러로 미국·타이완 150달러, 독일, 영국, 스페인 155달러에 비해 15∼20달러가량 비쌌다.
 1년 뒤 유학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는 성은정(간호·05)씨는 “유학을 위해서는 토플이 꼭 필요한데, 모의 토플도 별로 없고 학원비도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씨는 지금까지 학원비·교재비·응시료 등 백만원이 넘는 돈을 토익 공부에 투자했다.
 중앙대 김기범(의학·06)씨는 “토익, 토플이 외국에서 만든 시험들이라 비싼 것 같다”며 “TEPS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공신력 있는 시험이 많이 만들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TEPS를 포함해 PELT·TESL·ESPT·MATE의 다섯 개 민간 영어시험이 국내에서 개발돼 치러지고 있다. (최근 한국외대는 FLEX를 개발했다.)
 우리 학교 영어교육과 신상근 학과장은 “정말 영어 실력이 필요한 곳이 아닌데도 입사 요건으로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사회가 문제”라며 “직종에 따라 적합한 영어 시험이 계발돼야한다”고 말했다.
  토익 응시료는 3만4000원, 토익이 국내 영어평가시험 응시자의 66%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응시료(3만7000원) 수익이 659억3400만원(178만명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해 10% 정도(66억원)가 주관사인 ETS에 로열티로 건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저렴한 가격에 토익·토플 가르치는 곳도 생겨나
 
 외국어 공부를 위한 대학생의 부담이 커지다보니 학내에서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일고 있다. 고려대 학생복지위원회(학복위)는 외국어 학원과 협력해 토플·해커스 토익·TEPS·토익 스피킹·한자·JLPT 2급 대비 등의 외국어 강좌를 책값만 받는 등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중 ‘무료토익’은 학생들에게 보증금 2만원을 걷은 뒤, 출석을 다 한 사람에게만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고려대 학복위 박광래 위원장은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 공부를 원하기 때문에 복지 사업으로 좀 더 싼 가격에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토익’제도는 한국외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외대 학복위는 매년 4분기마다 2만원~14만원까지 저렴한 가격에 토익 특강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외대 학복위 선하영 교육국장은 “외부특강보다 훨씬 가격이 싸고 시간도 아끼는 차원에서 유용한 제도”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 학생위원회도 2006년부터 매년 저렴한 가격에 ‘모의 토익’을 실시해오고 있다. 생협 한마당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생협 조합원 3천원·비조합원 5천원에 모의 토익이 진행된다. 생협 학생위원회 김윤선 위원장은 “학원에서 모의토익을 치르면 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한다”며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이 외국어 능력을 필수처럼 각인시키지만, 외국어 공부는 사적 영역에 맡기기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 좀 더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생협 모의토익은 수요가 많은 모의토플이나 한자·JLPT 등으로 다양화를 구상중이다.    

이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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