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캠퍼스, 통일 캠퍼스
파주 캠퍼스, 통일 캠퍼스
  • 조동호 교수
  • 승인 20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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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러분처럼 대학생이던 시절, 그러니까 대략 30년 전. 당시 일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지금의 1/20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많은 것이 요즘과는 크게 달랐다. 여러분이 없으면 못 사는 핸드폰이나 인터넷은 개념조차 없었고, 노트북은커녕 전동 타자기조차 신기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생도 교복이 있었고, 옷깃에는 학교 배지를 촌스럽게 달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애국가를 틀어야 했고 그래서 그 누구든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많은 것이 지금과 달랐다.
그러나 한 가지 동일한 것이 있었다. 다가 올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청춘이 겪는 일이다. 시간은 한 번도 멈추는 적이 없어 학년은 차곡차곡 올라만 갔고, 학교라는 아늑한 울타리를 떠나 험한 사회로 나가야만 할 때쯤엔 모든 세상이 무서웠다. 나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았고, 나만 대비가 부족한 듯이 여겨졌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닥쳐오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에 숨은 것이다. 아직 사회로 나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미래는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무슨 준비를 해야 하지도 알지 못했다.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교수라는 직업의 단초는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교수이든 선배이든 누군가가 다가 올 세상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줬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나는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준비를 하였을 것이므로.
그 때 다가 올 세상은 바로 세계화였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하나로 되는 세상. 국경은 정부에만 있는 것이고, 사람과 정보와 자본은 자유롭게 합쳐지는 세상. 한국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이 되고, 세계에서 일등이지 못하면 한국에서도 일등이 아닌 바로 그런 세상. 그 세상의 도래를 그 때 알았더라면 나의 준비는 보다 구체적이었을 것이고 결과는 보다 나았을 것이다.
그 시절의 아쉬움으로 나는 여러분에게 이야기한다. 여러분이 준비해야 할 미래는 통일이라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통일은 여러분이 한창 사회에서 활동할 시절에 불쑥 다가 올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5년 후면 72세이고 10년 후면 77세가 된다. 건강도 예전 같지 않다. 후계구도도 아직 모호하고, 포스트 김정일 체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체제만큼 단단할 수 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의 통일은 필연적이다.
지금 진행되는 핵 문제 역시 북한의 변화를 재촉할 수밖에 없다. 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야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지원이 활발히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폐쇄적이었던 문을 더 열어야 한다는 뜻이고 남북관계 또한 크게 진전된다는 뜻이다. 만약 핵 문제의 해결이 지지부진하다면 북한은 경제 회생을 위해서라도 개방·개혁을 촉진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체제의 붕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결국 통일은 올 것이며, 다만 경착륙(hard landing)이냐 연착륙(soft landing)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통일은 여러분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러분 중의 누군가는 평양지사로 혹은 함흥사무소로 발령을 받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남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북한 땅 문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로 고민할 것이다. 선생님이 된 사람은 말투도 다르고 사고·행동방식도 크게 다른 북한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걱정할 것이다. 십중팔구, 세금도 크게 늘어날 것이어서 살림살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동북 3성과 시베리아로까지 가정과 직장의 근거지가 넓어질 것이다. 여러분의 딸이 신의주가 고향인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통일 후에는 모든 것이 새롭게 건설되어야 하는 북한이므로 발 빠른 누군가는 북한사업으로 큰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공부를 하든 해외연수를 가든 그것이 무엇을 위한 준비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올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학교에서는 파주 캠퍼스를 계획하고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캠퍼스인 셈이다. 다른 대학들이 남쪽으로 갈 때 우리는 미래를 보고 북쪽으로 가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는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여러분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 어쩌면 여러분은 적어도 완벽한 이화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