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라운 대학교 학생회를말하다

 

 브라운대학교 학생회는 오랜 역사와 탄탄한 조직구성을 지니고 있다. 학생회는 학교생활 곳곳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삶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켜왔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의 학내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브라운대학교 학생회는 회장, 각 부서 국장, 회계 등을 포함한 집행부와 학생활동 담당 부서, 학술?행정 담당 부서로 이뤄져있다. 여기에 학생회 의사결정 과정을 더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인 'At-Large Representatives'가 추가된다. 학생회 집행부가 아닌 일반 학생들은 대체로 학생회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지만 원한다면 언제나 'At-Large Representatives'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생회 집행부와 함께 여러 가지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고 현수막을 세우는 등의 궂은일을 할 때도 있다.
 학생회의 영향력은 꽤 큰 편이다. 특히 1969년에 학교는 학생회의 도움을 받아 '뉴 커리큘럼(New Curriculum)'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학교의 자랑거리인 '뉴 커리큘럼'은 대학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제도이다. 이 제도로 인해 브라운대에서는 필수과목과 의무적인 A?B?C 성적 부여가 폐지됐다. 학생들은 어떤 과목이든지 패스/논패스 방식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으며, 플러스(+), 마이너스(-), D 학점도 없다. 최근의 학생회는 '뉴 커리큘럼'처럼 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일들을 해내고 있지는 않지만 학교식당의 식단 개선, 공대 학생들을 위한 복사기 무제한 이용 등의 복지 사안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학생회는 학교 행정당국뿐만 아니라,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시사현상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는 '강의 위원회(lecture board)'와 같은 중요한 집단들과 함께 일한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학생회는 학내의 오피니언 리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회장 선거를 포함한 학생회 선거는 봄에 이뤄지는데, 지난 학기의 투표율은 50%더 넘지 못했다. 선거 캠페인은 인상적이지 않았고, 학생회는 각 선본이 내세우는 이슈를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학생회가 조직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일반 학생들의 수가 매우 적었던 것이다. 사실 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는 조직은 학내의 다양한 동아리에 자금을 분배하는 '학부 재정 위원회(Undergraduate Finance Board)'다. 학생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전체 학생의 10% 이하)은 무척 열심히 활동하지만 나머지는 학생회 활동에 무관심하다. 나도 후자에 포함되는데, 우리는 학생회가 싸워서 얻어내는 것들을 향유하며, 여기에 감사하지만 다만 학생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뿐이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언제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특히 브라운대학교는 학생들이 그들이 관심 있는 학문 분야나 활동을 찾아 그것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때문에 학생회를 그들이 원하는 대로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이해할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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