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학교 학생회를 말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는 학생회가 없는 학교가 많다. 또한 있어도 그 역할이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르며, 그 존재가 일반 학생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학생회요? 글쎄요,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오노 사유리(나고야대학교 법학부 3학년)는 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학생회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학교 측에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학생회’라는 단체는 없다. 나고야대학교 교무과 직원 이토 카나코(36)는 “학생회는 필요 없다. 학생들이 학교에 의견을 전하고 싶다면, 투서함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토야마현립대학(富山?立大?)에는 학생회가 있지만, 그 역할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다. 이 학교의 학생회는 ‘학교 축제 실행 위원회’의 줄임말로 대학 축제, 야구 대회, 스키 연습회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등 각종 이벤트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각 동아리끼리의 연락을 담당하기도 한다.
토호쿠가쿠인대학(東北?院大?)도 마찬가지다. 학생회는 방송부, 영자신문부, 응원단, 기독교 동아리 등 각 동아리장 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교 축제, 신입생 환영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대학교에서 학생회가 사라지고, 또 그 역할이 ‘학교 축제 기획’에 한정되게 된 것은 1968~1969년 사이에 발생했던 ‘전학공투회의(全?共??議)’에서 기인한다. 이는 니혼대학(日本大?)과 도쿄대학(東京大?)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학생 운동으로 근로기준법에 의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일어났다. 후에는 ‘일본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며 체제 반대 운동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부모의 돈을 받아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폭력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학생회가 없어지거나 그 역할이 축소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칸사이가쿠인대학(?西?院大?) 홈페이지에는 ‘1968년 학생운동 이후 학생회가 존재하지 않으며, 매년 납부하는 학생회비는 학교 축제를 운영하는 것에 사용되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편 일부 한국과 비슷한 학생회가 운영되고 있는 학교도 있다. 츠쿠바대학교(筑波大?)국제종합학과 졸업생 이이다 히로코(23)는 “학부마다 학생회가 있었고, 이를 총괄하는 총학생회가 있었다. 학부별로 앙케이트 조사를 해서 학생의 의견을 학교측에 전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학생회처럼 학생운동을 하거나, 단식투쟁을 하는 일은 없었다. 학생회에 가입하는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 조직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학생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킨죠대학교(金城大?) 나가사키 유이코(24)는 “대학생 정도 되었으면 자기가 알아서 활동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학생을 대표하는 단체를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전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이 역시 자기가 알아서 해결 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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