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2호 학생칼럼에 부쳐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보여준 사건이다. 현대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묻지마 살인사건을 예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절감한다. 그러나 피의자의 신상 공개 방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선, 피의자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파급효과가 지나치게 크다. 실제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불분명한데 비해 피의자의 가족에게까지 쏟아질 익명의 비난이 어떤 비극을 불러올 지는 얼마 전 인터넷상의 악플러에게 시달리다 자살한 여배우의 사건을 통해서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사법권의 독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재판 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돼 여론의 관심이 몰리면 법관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피의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다. 이는 피의자가 흉악범죄자라 유죄판결이 확실히 예견되더라도 침해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피의자 개인을 비난 하는 것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개인의 도덕성 역시 사회환경 속에서 훈련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쟁에서 남을 짓밟고 승자가 되는 것만을 강요받아온 세대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결국 경쟁에서 패배했을 때 느끼게 되는 박탈감이 타인에 대한 분노로 쉽게 이어지는 것은 얼마든지 예측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피의자의 개인 신상을 공개하여 그를 비난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우리는 사회적 원인은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범죄자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경쟁을 완화하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있을 때에만 개인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생 겨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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