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김치문화 축제’160명 외국인 직접 김장김치 만들어

 

“So hot!! hot!!”

언어교육원에서 주최한 ‘외국인 김치문화 축제’에 참가한 외국학생들의 목소리다. 6일(목)부터 이틀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160명의 중국·대만·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참여해 김치를 직접 담그며 한국문화를 체험했다.

하얀색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한껏 들뜬 표정으로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고춧가루·새우젓 등 김장재료 앞에 선다. 8인 1조로 모인 외국인 학생들은 김장 속으로 사용할 무를 썰며 김치전문가 임종일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정관중(대만·22세)씨는 “예전에 칼에 손을 벤 적이 있어서 칼은 무서워요”라며 조심스럽게 무를 썰었다. 도마 위에 놓인 무 토막이 그의 칼질에 도마 밖으로 이리저리 삐져나가자 그는 “흡!!” 기합을 넣어가며 열심히 한다. 

한국에 온지 5개월 된 타무라 미카씨(일본·33세)는 제법 야무지게 김장 속으로 사용할 무를 썰어냈다. 김치를 담그는 건 처음이지만 그에게 김치는 낯선 음식이 아니다. “일본에도 기므치가 있어요. 한국 김치랑 비슷한데 한국 김치가 더 맵고 맛있어요” 한국 김치가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후로 그는 종종 김치찌개, 갈치조림 등을 직접 요리해 먹는다. 

 빨간 고춧가루를 보고 뒷걸음치는 외국학생도 있다. 썰어놓은 김치 속 재료를 고춧가루와 새우젓 등으로 양념할 차례가 오자 로헝(프랑스·25세)씨는 “무서워요~ 매울까봐”라고 말한다. 고춧가루를 한가득 뜬 국자를 본 그는 “조금요! 조금만요!!”라고 외친다.

듬성듬성 고춧가루가 보이는 그의 김치에 야유가 쏟아지자 그제야 멋쩍어하며 고춧가루를 조금 더 집어넣는다. 빨갛게 변한 배추를 보면서 ‘섹시김치’라고 말하는 로헝의 유머에 주변은 웃음바다가 된다. 처음 김치를 먹었을 때 너무 매워서 눈물까지 흘렸다는 그는 한국에 온지 7개월이 지난 지금 “매일 김치 먹어요”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주리(프랑스·29세)씨는 김치요리법이 담긴 책도 구입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아서 깻잎김치 혼자 해봤는데 쪼금 짰어요”라고 웃었다. 깻잎김치 이외에 오이김치도 담가봤다는 그는 “여름에는 오이김치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김치 담그기가 어려워 쩔쩔매는 학생도 있다. 제일교포 김륭전(31세)씨는 배추 잎으로 배추 전체를 싸주는 단계에서 애타게 선생님을 찾는다. 배추 잎이 양념에 뒤엉켜 펴지지 않자 당황한 그는 “생각보다 김치 담그기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치는 사랑이다” 행사에 참여한 허가유(대만·24세)씨의 말이다. 처음 김치를 먹고 속이 울렁거렸다는 그는 그 이후로 한동안 김치를 먹지 않았지만 다시 먹어보니 맛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힘든데 익숙해지면 무엇보다 좋다는 점이 사랑과 닮았어요”라며 “지금은 김치 없으면 못 살아요”라고 말했다.

한국의 ‘매운맛’에 당당히 맞서는 학생이 있다. 부소원(중국·19세)씨는 “매운 음식 잘 먹어요”라며 고춧가루를 푹 떠서 속 재료를 넣어둔 그릇에 넣는다. 주위 친구들의 만류에 그제서야 고춧가루를 덜어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매콤한 떡볶이다. 부소원씨가 고춧가루에 이어 새우젓을 국자 한가득 넣으려고 하자 “야~짜짜!!”라는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언어교육원의 배재원 전임강사는 “외국 학생들이 김치를 통해 한국문화를 익히고 나아가 한국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번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강애란 기자 rkddofk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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