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이화’이기에 더욱 빛났다.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건축사 사무소를 이끄는 모습은 ‘이대생’다웠다. ITM 건축사사무소 유이화(장식미술학과·96년졸)소장을 사무실에서 만나 그의 삶 전부인 ‘건축 인생담’을 들었다.

유이화 씨의 아버지는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ITAMI JUN이다. 그의 아버지께서는 여자라면 당연히 ‘이화’에 가야한다며 그의 이름을 ‘이화’라고 지었다.

90년대 초 우리 학교에는 건축과가 없었다. 그는 잦은 밤샘 작업과 고된 현장 일에도 지치지 않고 열정을 쏟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건축학이 무척 매력 있는 학문이라고 느꼈다. “아버지를 따라서 간 현장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 흘렀지. 그 기분이 날 지금까지 이끌고 온 것 같아” 결국 그는 비슷한 학문이라 여긴 장식미술학과를 다니게 됐다.

‘건축’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눈은 더욱 빛났다. “이 일은 할수록 전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열정이 있는 한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잖아” 훌륭한 건축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사회 상식과 예술·문화의 흐름까지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의 건축적 목표는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것이다.

주택은 사람들의 생활과 꿈을 담아야 한다. 공간은 무언가 조금 부족한 것처럼 보이게 완성돼야 한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음악 등의 공간 구성 요소들이 실제로 채워졌을 때 꽉 찬 느낌으로 다가와야 해” 그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Podo Plaza라는 와인수입업체의 사옥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건축주가 와인 닮은 빌딩을 하나 설계해달라고 했지.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는 재료들을 썼어”실제로 이 건물에는 철 성분을 함유해 시간이 지날수록 녹이 나오는 사비석과 나무·돌 등으로 외관을 마감했다. 와인과 같이 숙성되고 자연으로부터 생성되는 진짜 ‘자연’을 건축물 안에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내 이름으로 혼자 해냈던 프로젝트라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라며 회상에 잠겼다.

그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성격’을 심어 준 이화에 감사했다. 그는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자부심을 갖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준 곳이 이화”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건축사사무소 소장 모임 어디에 참가해도 홍일점이다. 워낙 활동적이고 힘에 부치는 분야라 여성으로서 자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여성’이라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나랑은 하위관계를 만들기가 어렵지.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그렇지만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지”

“건축 자체가 꿈 하나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해” 그는 확실한 의지가 없는 이상 견디기 힘든 건축계에 들어올 때에는 모든 것을 걸 각오부터 하라고 당부했다.

“봄바람이 10대에 다르고 20대에 다르잖아. 건축은 지나간 시간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거거든. 경험이 창조가 되는 매력을 느끼는 것이 중요해” ‘건축’이라는 이름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그는 늘 노력하는 디자이너로 매순간 전진할 것이다. 황윤정 기자 gugu0518@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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