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 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는 등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우리 학교 학생들도 펀드 수익률 하락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 학생들이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50% 이상을 기록했고, 어학연수를 간 학생들은 1500원대를 코앞에 놔둔 환율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렸다.

 

△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30~40%, 학생들 어렵게 번 돈 한꺼번에 잃어

목돈을 모으려고 시작한 펀드였지만 원금을 사수하지 못하거나 목돈의 반 이상을 잃은 학생들이 있다. 최홍은(광고홍보·07)씨는 작년 겨울, CMA 이자가 시원치 않자 제테크 예행 겸 펀드를 시작했다. 그는 “경기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실물경제에 믿음이 있었다”며 “이보다 더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과외로 번 2백만 원을 펀드에 다 투자했지만, 현재 원금의 3분의 1을 잃은 상태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의 타격이 컸다”며 “매일 펀드 운용 보고서를 보고 있지만 당분간 계속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제 펀드가 반 토막이 났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0월28일(화) 이화이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그는 “어렵게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80만 원으로 펀드를 들었는데 지금 40만 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남은 돈을 찾아야 할 텐데 너무 많이 떨어져서 아깝다. 오를 수 있겠느냐”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밑의 댓글에는 ‘지금이라도 찾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거나 ‘장기적으로 보고 기다려보는 것이 낫다’고 충고하는 등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목돈을 모으기 위해 펀드를 시작하려고 했다가 적금 등 안정적인 방향으로 투자 방식을 바꾼 학생들도 있다. 김효진(광고홍보·07)씨는 방학 동안 모아놓은 돈을 가지고 올해 초부터 펀드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는 “지난 겨울방학 때부터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번 금융위기 때는 펀드 수익률이 바닥을 치는 것을 보고 자산운용방식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며 “적어도 원금 손실은 나지 않는 쪽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화여자대학교지점 김승현 부지점장은 “작년 가을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펀드 투자자들이 현재 원금에서 30%~40% 정도 손해가 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펀드는 장기적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은 목돈을 한꺼번에 넣기 보다는 매달 소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를 해야 큰 위험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치솟은 환율로 유학생은 돈 찾기 무섭고, 어학연수 미루기도

외국에서 유학·연수중인 학생들은 치솟은 환율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다. 지난 여름방학 부터 미국 뉴욕에서 어학연수 중인 고선영(언론정보·07)씨는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환율을 체크한다. 고씨는 “한국에서 돈을 보내주시는 부모님께서 힘들어 하신다”며 “이제는 계좌에서 돈을 찾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영화나 뮤지컬을 보는 것이 크게 부담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고씨는 “주위 유학생 중에 환율이 1500원 넘으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빨리 경제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어학연수 계획을 미루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월드 유학 닷컴 이화여대점 김혜영 실장은 “환율이 급격하게 올라 1월쯤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던 학생들 중 일부가 3월까지 기다려보겠다며 어학연수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환율이 부담돼 어학연수를 문의하는 학생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자료에 따르면, 10월28일(화) 원달러 환율이 1471원으로, 1년 전(2007년10월30일) 915원과 비교해봤을 때 약 1.5배(556원)올랐다. 신한은행 김승현 부지점장은 “통계를 내진 않았지만 환율 상승으로 달러를 사는 고객은 줄어든 반면, 달러를 파는 고객은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월30일(목)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후 원달러 환율은 1285원(외환은행 자료)으로 크게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리고 최대 10조원의 은행채를 매입하기로 했을 때도 냉담했던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은 이제서야 반응을 보인 것이다. 통화 스와프란 두 국가가 약정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를 교환한 뒤 일정 기간 후 재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ㄱ교수(경제학 전공)는 이에 대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 안에 불안심리에 의한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ㄱ교수는 “앞으로는 금융시장 보다는 생산·소비 등 실물경기의 위축이 염려된다”며 “이는 단기적인 정책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경제주체 모두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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