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가득한 이화인의 밤은 낮보다 눈부시다
열정으로 가득한 이화인의 밤은 낮보다 눈부시다
  • 이채현
  • 승인 2008.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정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실습생의 창작열…연구원들의 실험은 12시간 넘게 이어져

오후7시, 대강당 지붕 위로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 안 가로등이 하나 둘 빛을 발한다. 학생들이 속속 학교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이화를 뒤덮은 밤의 정적 속에서도 여전히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 치열한 연구실의 밤

학교 건물들이 잠기는 10월30일(목) 오후10시, 아산공학관은 아직 시끌벅적하다. 영상 복원을 위한 실험을 기획하고 있는 응용전자실험실의 장수현(전자공학과·석사3학기)씨는 “매일 10시간~12시간을 앉아 생활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퉁퉁 붓곤 한다”고 말했다. 신남주(전자공학과·박사3학기)씨는 “밤샘작업 후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던 날, 교수님께서 ‘너희 여기서 노숙하느냐’고 물어보신 적도 있다”며 웃어보였다.

정보통신 및 네트워크 보안 연구실의 김지선(컴퓨터공학과·석사3학기)씨는 네트워크 보안과 관련된 세미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늦게까지 연구하는 건 일상이지만, 어두운 학교를 빠져 나가는 일은 언제나 무섭다”고 토로했다.

10월29일(수) 오후11시, 약학관의 알코올 냄새는 여전했다. 분자모델링 및 약물설계 실험실에는 약품 대신 어지럽게 꼬인 가상모델이 표시된 컴퓨터가 놓여있다. 최선 교수(약학 전공)와 이진희(약학과·박사2학기)씨 외 3명의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암·고혈압 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가상 실습을 하고 있었다.

이진희씨는 “방학 때도 다들 밤늦게까지 연구한다”며 “건강을 위해 연구원들이 하나씩 운동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연구에 온 정신을 쏟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라며 “학부생들에게 대학원에 많이 지원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약품 때문에 미로같은 생명약학대학원 위생독성 전공 실험실에 들어서자, 흰 가운을 입은 문소정(약학과·석사2학기)씨가 실험기구를 닦고 있었다. 이 실험실의 연구원생들은 신약의 안정성 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문씨는 “연구실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다”며 바삐 움직였다.

이들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신윤용 교수(약학 전공)는 “투자하고 땀 흘리는 자만이 수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창작의 고통으로 밤을 지새우는 학부생들

연구원생들 뿐 아니라 학부생들도 밤늦도록 붉을 밝힌다. 10월29일(수) 오후10시, 생활관 3층 세미나실에는 박성은(불문·07)씨 홀로 도안을 오리고 있었다. 의류직물학을 복수전공하는 그는 전공생의 실력을 따라잡기 위해 일주일에 사나흘을 늦게까지 작업해왔다. 막차를 탄 적도 부지기수다.

의류직물학과 실습실에는 패션쇼를 위한 작업 중인 권가용(의직·05)·김가영(의직·04)·우가연(의직·04)씨가 유쾌하게 재봉질을 하고 있었다. “엄마보다 더 자주 보는 사이라 이제 서로 징그러워해요” 이들은 패션쇼를 위해 올해 초부터 격주 밤샘작업을 계속해왔다.

음대에 정적은 없다. 10월28일(화) 오후9시, 음대 지하1층 복도에는 관현악 소리와 가야금·판소리가 한 데 뒤섞인다.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창가와 관현악이 합쳐진 퓨전 창극 ‘놀부 박 타는 대목’을 준비중이다.

‘기생 초란이패’ 역할을 맡은 이경은(한국음악·06)씨는 늦게까지 연습하면 춥고 배고픈 게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뻥튀기 하나만 사와도 놀부들처럼 달려 든다”고 덧붙였다.

섬유예술학과(섬예과) 학생들은 야간작업(야작)을 위해 간식을 사 가는 중이다. “야작의 여왕”이라는 ㄱ씨(섬예·04)는 이번 주에만 나흘을 야작했다. 그는 “서로 잘 모르던 친구들도 야작 한 번 하고 나면 다들 친해진다”고 말했다.

“시선을 조금 위로 올리고, 조명은 페이드인(fade-in)해야지!” 총연극회도 생활관 소극장에서 막바지 리허설 중이다. 총연극회 송민경 회장은 “새벽녘이 되면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10월30일(목) 오후8시, 체육관 B동 홀III에는 영화 ‘트럭’의 OST가 울려 퍼졌다. ㄴ(무용·07)씨는 “안무·의상·음악 전부 학생들의 몫이기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학부 때만 경험할 수 있는 의미있는 추억이라 다들 즐겁다”고 말했다.

이채현 기자 cat0125@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