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문화사회의 현주소: 서울의 외국인 마을들”
“한국 다문화사회의 현주소: 서울의 외국인 마을들”
  • 국제대학원 김은미교수
  • 승인 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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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한국의 외국인 장기체류자가 1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2%이며, 이들의 서울 집중은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도 강하여 약 28%가 서울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이민사회도 아니고, 단군으로부터 이어 내려온 단일민족 신화가 강한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게 되었을까? 

 

 

한국에 외국인들이 들어와 산 역사는 상당히 오래 되었으나, 급격한 유입은 1980년대 말부터 진행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외국 자본, 다국적 기업과 함께 외국인 임직원과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본격화되었다. 한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인구밀도와 자원부족 및 국가산업의 낙후로 인하여 인력송출국이었으나, 1989년을 정점으로 국내 중소 제조업체에서 인력난이 심각해져서 이를 해결하고자 산업기술연수생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력수용국이 되었다. 아시아에서 노동력 이동이 두드러져 일본과 대만도 새로운 노동력수용국이 되었다. 특히 1990년대에 이백만 가구 주택건설과 인프라개선 사업에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몽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값싼 노동력과,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동포들이 친지 방문, 취업 또는 결혼을 위해 대거 유입되었다이러한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가속화되어 외국인 수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에 163,664명이었던 것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는 244,172명에 이르게 되었다. 서울은 한국 내에서도 세계화의 물결을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받은 지역으로서 외국인 마을의 형성도 두드러졌다.

 

 

2002년부터 국제학 강의에서 학생들이 세계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외국인 마을 탐방을 과제물로 내주었고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지어 서울의 여기저기 잘 알려진 외국인 마을들과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마을들을 발굴해 4-5년 사이에 무려 열 개가 넘게 찾아내었다. 학생들은 외국인 마을을 발로 찾아 다니면서 한국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다인종다민족화 되어가고 있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포용하는 다문화주의는 아직 요원한 것을 피부로 느끼고 돌아왔다. 한 학생은 어렵게 연구에 응한 이태원의 한 마트에서 만난 파키스탄 아저씨가 한국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아픈 기억들을 쏟아놓자 정말로 미안한 마음에 이제는 우리가 앞장서서 외국인에 대한 포용과 다양성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의 외국인 마을들은 외국의 이민자 집단거주지역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서구의 이민사회에서는 이민초기에만 경제활동을 비롯한 생활의 대부분을 집단거주지역에서 보내지만, 이민 23세대로 지나면 주류사회에 동화되어 그 마을들은 점차 후에 유입된 이민집단에게 내어주며 변화해간다. 그런데 한국은 동부이촌동의 Little Tokyo, 연남동연희동의 화교마을, 프랑스 학교를 중심으로 만든 서래마을 등은 1970년대부터 생겨나서 한국정착역사가 꽤 오래 되었지만 주류사회에 흡수되기보다는 그들만의 주거지역에 살고 있었다. 설문 및 방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사회가 외국인들을 향해서 아직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자국민들의 언어종교교육과 상권을 아우르는 주거문화 공동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배타성이 외국인 마을에 세대가 지나면서도 외국인들이 머물게 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혜화동 필리핀장터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마을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마을들을 문화마을로 이름지었다. 문화마을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유입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주거는 수도권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모여들었다. 비록 일주일에 몇 시간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문화마을은 자기들의 모국어로 말하고, 음식을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고, 무엇보다 한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여러 정보를 나누는 장이다.

 

 

 

한국은 “Hermit Kingdom”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함께 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파도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고 즐기면서 외국인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문화언어음식아이디어에 열려있어야 우리도 뉴욕이나 파리 같이 활력있는 세계적인 도시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외국인들과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와 김치담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져오는 문화와 활력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 마을들이 세계와 단절된 한국사회의 반증이 아니라,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배우고, 함께 나누는 나눔의 장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