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석좌교수(에코과학부) 특별기고

바야흐로 우리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07년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래 기후변화는 이제 지구촌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나는 21세기 전반부 내내 우리 삶의 그 어떤 것도 기후변화라는 화두를 떠나서는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의 발걸음도 최근 들어 매우 빨라지더니 급기야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미래비전으로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탄소경제 체제’로 변환하는 시점에서 정말 잘 잡은 미래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웹사이트인 www.TechCast.org는 미래유망산업과 시장의 동향에 관한 그들의 연구결과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여 공고한다. 세계 미래학자들이 향후 20~30년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꼽는 것이 바로 에너지산업과 환경산업이다. 그리고 이 두 산업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정부의 최근 방향 설정은 대단히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문제는 이처럼 중대하고 새로운 이슈들을 다룰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환경문제는 경제통상의 문제인 동시에 외교안보의 문제다. 탄소배출권 협상으로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환경오염의 갈등조정, 자원외교에 이르기까지 생태학의 전문지식은 물론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를 겸비한 인재들이 절실한 때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인 생태학에 관한 지식은 전혀 없는 행정전문가가 국가를 대표하여 균형 있는 교육을 받은 외국의 대표들과 마주앉을 걸 상상해 보라. 하루 빨리 기후변화 시대를 이끌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 이화는 가장 앞서가는 대학이다. 이미 2년 전에 우리나라 최초로 ‘에코과학부’를 신설하여 기후변화 시대를 착실히 준비해왔다. 나는 지금 환경부가 2012년 충남 서천에 완공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생태원 건립사업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세워지면 석박사급의 연구원이 적어도 300명 가량 필요하다.

지금 향후 몇 년 내로 이만큼의 직장을 마련하고 기다리는 학문 분야가 또 어디 있는가? 명색이 생태원인 만큼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이고 쾌적한 연구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가가 인정한 가장 중요한 분야이자 최적의 연구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자연생태나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과연 직장이 있을까 싶어 주저했다면 이 참에 우리 대학의 에코과학부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정말 어떤 직장을 원하는가? 국립생태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상상해보라. 아침에는 아들을 자전거 뒷자리에 태운 채 출근한다. 연구실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아들은 바로 옆 보육원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딸과 함께 집으로 걸어오는 남편과 마주친다. 비록 월급이 조금 적다 해도 매연 가득한 대도시의 대기업에서 야근을 밥먹듯 하는 것보다 이런 직장이 훨씬 더 좋아 보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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