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오른 중국황실의 비화
무대 위에 오른 중국황실의 비화
  • 박현주 기자
  • 승인 200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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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문과 원어연극회 제18회 연극 ‘야연’리뷰
오선혜 객원기자

누구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나라가 멸망한 직후, 중국 황족들이 벌인 야연(夜宴)에서는 이 거짓말이 질투를 부르고, 질투가 죽음을 부른다. 피와 죽음으로 점철된 이 밤의 연회는 강렬한 색감과 함께 아름다운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중문과 원어연극회의 제18회 연극 ‘야연’이 9월30일(화)부터 3일 간 생활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 연극은 영화 ‘야연’을 각색한 것으로, 5대10국 시대의 황실의 비극을 재현했다.

막이 오르자 붉은 벽 앞에 놓인 옥좌가 눈길을 끌었다. 중국 황조의 화려함과 권위를 상징하듯, 금색의 옥좌는 고아한 모습으로 공연 내내 자리를 지켰다. 이어 두 명의 황족이 나타났다. 대사는 모두 중국어였다.

“숙부께선 태자를 놓아줄 수 있으십니까?” “형수는 내 손을 놓아줄 수 있지 않소?” 황제인 형의 자리를 빼앗고 옥좌에 오른 ‘려’황제가 형수인 ‘완’을 유혹하며 시작되는 연극은 자연스레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옛 연인이자 태자인 ‘무란’을 살리기 위해 완이 려 황제와 재혼을 결심하며 극은 ‘거짓 사랑’이라는 틀 속에 진행됐다.

연극 중간중간에는 가면을 쓴 이들의 검무나 칼 싸움 장면이 등장했다. 하얀색의 가면과 휘날리는 옷소매가 조명을 받아 눈부셨다. 철저한 반역을 꾀하는 려 황제가 신하들에게 읊조리는 대사도 잔인하기보다는 아름다웠다. “붉은색은 곧 선혈이고, 순금은 휘황찬란함을 상징하니, 어느 화려한 왕조가 피 흘리지 않고 생겨났더냐?”

무란을 죽인 것으로 착각한 황제가 벌인 성대한 야연에서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연회장은 거짓 사랑 끝에 황제를 독살하려는 황후와, 살아남은 무란의 복수심이 뒤엉켜 피바다가 된다. 독이 묻은 황제의 잔에 술을 하사 받은 청녀가 죽고, 황후가 자신을 죽이려 했음을 깨달은 황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가면을 쓰고 청녀를 따라 궁에 잠입한 무란도 죽음을 맞는다. 황후는 무란을 끌어 안고 절규한다. 관객들은 배우의 애절한 연기에 흠뻑 빠져들어 눈물을 훔쳤다.

이번 연극에는 우리 학교 중문과 학생과 중국 유학생들이 참여했다. 중문과 학생들은 원어민에게 일대일로 발음교정을 받았다. 생생한 연기를 위해 공연 전문가에게 트레이닝도 받았다.

원어연극회장인 양송이(중문·07)씨는 “처음에 연극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어 공연이 없어질 뻔 했다”며 “준비 과정이 다사다난했기에 더욱 값지고 소중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연극을 관람한 중앙대 원지현(법학·08)씨는 “배우가 연기를 잘해 더욱 감명 깊었다”며 “무대의 색감도 좋고 중국어도 자연스러워 연습을 많이 한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