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맘마미아의 흥행으로 그룹 아바(ABBA)의 노래가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 수록곡 중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는 모든 것을 갖는다)”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자가 즐겨 듣던 노래다.

(비록 영화에서는 연인관계에서의 승자를 의미하지만) 끝이 안보이던 입시경쟁에 갇힌 청소년기, 이 노래의 가사는 나에게 꽤 효과 있는 촉매제였다.

어떤 게임에서든 승자는 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The winner takes it all”의 노랫말. 고등학교 시절에는 막연히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승자가 되기를 바라는 철없는 다짐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후, 내 눈에 비친 현실 사회는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몰락한다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회는 승자에게 영원한 해피엔딩을 허락하지 않는다.

승자가 가진다는 그 ‘모든 것’에는 기쁨·환희·만족감 등 긍정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책임감·희생정신·상반된 의견에 따른 질책 등 감내해야 할 요소들 역시 포함되게 마련이다.

철저하게 패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젊은 우리에게 때로는 슬픔도 힘이 된다. 패배의 순간도 지속적으로 수레바퀴를 굴려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역사적 증명은 참으로 놀랍다.

고대 로마,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다 못해 검투사의 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는 크라수스와의 승부에서 진 패배자였다. 하지만 당시의 혈투에서 승리했던 크라수스가 역사 속에서 그 존재가 미미해진 반면, 스파르타쿠스의 정신은 2천 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결코 죽지 않고 현대 사람들의 정신에 조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현존을 그림으로 승화했던 멕시코 화가 프리다칼로의 삶에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1970년 멕시코시티의 교외에서 출생한 그녀는 7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게 되었 고, 18세에 교통사고로 척추·오른쪽 다리·자궁을 크게 다쳐 평생 30여 차례의 수술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절망에 머물러 멈춰 있지 않았다. 프리다 칼로는 사고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작품 세계의 주제로 멋지게 표현해 냈다. 결국 그녀의 고통이 베어 있는 작품들은 멕시코를 대표할 뿐 아니라 초현실주의 대표작가 반열에 그녀를 오르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고 흑인노예도 해방시키는 상당히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링컨 역시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1학년이 학력의 전부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온갖 실패의 경험을 딛고 미국의 대통령까지 올랐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또 아이러니하게도 승리의 기쁨이 극대화된 순간 그는 암살을 당하고 만다.

다시 아바(ABBA)의 노래로 돌아가 보자. 잔잔하게 시작한 이 노래는 끝부분으로 치달으면서 비트가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The game is on again)”고 노래한다. 그렇다. 우리가 참여한 게임에 승자가 되든, 패자가 되든 결론에 관계 없이 우리가 이 사회에 존재 하는 한 머지 않아 또 다른 다른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이제 지금부터 시작될 게임에서 어떤 카드를 내놓을 것인가.

대학생으로 살아가기 힘든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5일(목) 발표한 ‘2008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정규직, 대기업 취업률은 48%로 지난해에 비해 0.7% 낮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비정규직 취업률은 19.6%로 지난 해 보다 1.7% 상승해 취업의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렇게 가시적으로 나오는 절망적인 수치들은 아직 사회로 첫 발을 내딛지도 못한 대학생들의 힘을 빼고 있다.

벌써 한해의 절반이 지나고 날씨도 쌀쌀해져 제법 가을 냄새를 풍긴다. 시간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게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듯 연속된 기회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간은 승자에게 모든 것을 기꺼이 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겸손함을 요구하고 패자에게는 또 다른 게임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희망을 준다.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역경 속에서 피는 꽃이 더 아름다움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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