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영화창작동아리 ‘누에’의 여름 창작 영화제가 25일(목)~26일(금)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누에 영화제에서는 who[후:]·쾌지나칭칭·여보세요?·사랑은, 하늘은, 그대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등 총 4편의 창작영화가 상영됐다.

영화가 시작하자 관객들의 기대 섞인 숨죽임 속에 스크린엔 방안 가득 풍선을 불고 해맑게 웃는 소녀가 등장한다. 08학번 부원들이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제작한 처녀작 who[후:]이다. 차곡히 방안을 채우던 풍선들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모두 터져버리고, 소녀는 휑한 방안을 한번 돌아보고 이내 방을 나간다.

누에는 이번 영화제에서 각기 개성 강한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대표작은 신혜진(심리·07) 연출 ‘여보세요?’와 이혜리(법학·07) 연출 ‘사랑은, 하늘은, 그대는 어디로 흘러가는가’이다.

‘여보세요?’는 함부로 내뱉는 말버릇에 말을 잃은 남자와 애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오해해 갑작스레 밥을 굶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연출한 신혜진씨는 “단점을 자책하고 숨기기보다는 천천히 보이며 고쳐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렸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혜리씨가 연출한 영화 ‘사랑은, 하늘은, 그대는 어디로 흘러가는가’는 죽은 애인을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남자가 스쳐가는 버스·육교·공중전화 등을 렌즈의 시선으로 부지런히 쫓는다. 그의 여정 중간 중간 회상되는 애인과의 첫 만남과 행복했던 시간은 그의 슬픔을 더욱 증폭시킨다.

마지막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오래전 이야기 속의 그것처럼 어딘가에 소리치면 후련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디에도 토해낼 수가 없다”라고 절규하는 그의 독백이 극장을 가득 메운다. 사랑하는 그녀를 잃고 자신을 버릴 만큼 비통해하던 남성은 결국 죽음을 택한다.

또 다른 작품 ‘쾌지나칭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쾌락을 풀어내는 한 여자의 일상을 담아냈다. 한껏 차려입고 집안 창가에 걸터앉아 햇볕을 쬐고, 키위를 먹을 때는 씨를 골라내며, 양동이에 물을 보관해 마시는 등 그녀의 행동은 미묘하면서 익살스럽다.

누에는 이번 영화제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여름방학이 끝나갈 때까지 작품을 제작했다.

누에 이혜리 부회장은 “시나리오 회의만 2주 남짓이 소요될 만큼 애착을 쏟았다”고 말했다.

길자연 기자 winter_0109@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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