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 각 면에 쓰인 청색·적색·흰색·흑색 한지는 사계절을 나타내요. 색깔들이 각 계절의 에너지를 보충해 준답니다”

국제대학원 한국학과(담당 최준식 교수)가 ‘한지 공예 수업’을 24일(수) 오후6시30분 이화­신세계관 203호에서 열었다. 수업에는 대만·미국·일본·터키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80여명의 주한 외국인이 참여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지강사 윤순심씨가 수업을 하고 한국학과 학생들이 영어·일어·중국어로 강의를 통역해 진행을 도왔다. 

셰릴(Cheryl Magnant)씨는 문양을 도려낸 검은 한지에 색한지를 덧댄 장식을 한참 살폈다. 섬세하게 잘라낸 문양에 감동한 눈치다. “와 이것을 어떻게 했을까요. 100명분 정도 되는 재료를 다 일일이 준비한건가요? 대단해요!” 그는 ‘쥐 모양 장식은 작품이 2008년 쥐의 해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로워했다.

“이 부분에 본드를 붙이고 기다리세요” 강사가 테두리를 빨갛게 표시한 하드보드지 모형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에리카(Erica Magnant)씨는 설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육각기둥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보조 강사가 다가왔다. “아니! 이걸 벌써 붙이면 어떻게 해요. 에그∼ 본드를 부었네!”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에리카는 금세 울상을 지으며 영어권 담당자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 지금 못했다는 건가요? 미안해요”

필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강의실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외국인 학생들이 서툰 솜씨로 만들다보니 여기저기서 문제작들이 속출했다. 일본인들이 모여 앉은 책상에서 “마떼∼ 구다사이(멈춰주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제지를 받은 일본 학생은 “아~ 이렇게요?”라며 서툰 한국말로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강사 윤순심씨는 “한지의 본성은 순하고 느려요. 천천히~ 서두르지 마세요”라고 조언했다.

대만 출신 가성욱(柯星旭)씨는 스태프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보였다. 필통을 잘 만든다는 기자의 칭찬에 가성욱씨는 “선생님이 비법을 알려주셨다”며 웃었다. 그는 “상자 안쪽에 한지를 붙일 때 붓에 풀을 발라 종이를 찍어서 붙이면 깔끔하게 붙는다”고 귀띔했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자신도 ‘반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해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엄마 옆에서 제법 야무지게 필통을 만들고 있는 꼬마아이도 있었다. 아이는 한국말과 중국어를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었다. 김석진(역촌초·2학년)군은 “한지는 닥나무로 만들어서 거칠거칠하다”며 즐겁게 필통을 만들었다. 중국 출신 전긍(錢兢)씨는 “다른 엄마들처럼 한국문화를 알려줄 수 없어서 문화체험행사에 참여한다”며 “다문화 가족이 많은데 한국문화를 체험할 기회는 적다”고 말했다.

“필통 만드는 재료 더 구하고 싶은데, 인사동 가면 얼마에 살 수 있나요?”터키에서 온지 일 년 반이 됐다는 투바 티리아키(Tugba Tiryaki)씨는 필통을 더 만들어서 남자친구와 가족에게 기념품으로 선물을 할 예정이다. 그는 “壽(목숨 수)를 변형시킨 모양이 예뻐요. 특별한 모양이에요. 한자에도 관심이 있는데, 참 마음에 들어요”라며 특유의 억양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다음 주 태권도 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한지강사 윤순심씨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동작을 보고 다 따라서 정확하게 만들었다. 각자가 만족스럽게 완성을 잘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22일(월)~10월2일(목) 열리는 ‘주한 외국인 대상 한국문화강좌’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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