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업체 '소개'명분으로 과다 수수료 챙겨

 

인하대 강진만(정치외교·2학년)씨는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한다.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보았지만 학업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강씨가 선택한 것은 과외였다. 강씨는 과외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전단지를 붙이고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그러나 과외 자리는 쉽사리 구해지지 않았고, 언제까지나 마냥 연락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다른 수가 없었던 강씨는 지난 3월 과외 알선 업체 ‘동화교육원’으로부터 과외를 소개받았다. 첫 달 과외비에서 수수료 90%를 떼는 조건이었다. 비싼 수수료였지만 책임지고 3개월 이상 과외를 지속하게 해준다는 업체의 말을 믿었다.

첫 달 강씨가 손에 쥔 돈은 과외비 30만원에서 27만원의 수수료를 뗀 3만원. 그런데 한 달 째 되던 날 학부모로부터 “과외를 그만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강씨는 애초의 3개월 계약 조건을 내밀며 과외업체에 따졌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과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한 해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실업률 급증, 88만원 세대와 맞물려 과외는 전문 교사까지 생기는 인기 직종이 됐다. 포털사이트 다음 과외정보 카페 ‘과외 천국’(회원 수 12만5334명)에서 지난 8월 한 달 동안 과외 학생을 구하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505개인 반면 과외 선생님을 찾는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320개였다. 교사 인력이 학생 수의 5배에 달하는 기형시장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생들은 과외를 손쉽게 구하고자 ‘과외 알선 업체’를 택한다. 네이버 포털에서 ‘과외 중개’로 검색하면 수백여 개의 온라인 사이트들이 뜬다. “선생님을 모신다”는 알선 업체의 전단지들은 대학가·주택가 곳곳에 붙어있다. 직업 포털 커리어 이인희 팀장은 “현재 온라인 과외 알선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는 그 수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재주는 학생이 부리고 돈은 알선업체가 받는다? 

과외 알선업체의 주 수입원은 소개비 명목으로 받는 ‘수수료’다. 업체들은 첫 달 과외비의 50%에서 많게는 100%의 수수료를 뗀다. 여기에 가입비 2~ 3만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이를 이용해 꼼수를 부리는 업체들이 있다.

학생과 교사를 연결해 수수료를 떼고, 두어 달 후 학부모에게 “지금 선생님보다 더 학벌 좋고 실력 있는 선생님으로 바꿔주겠다”라는 솔깃한 제안을 하는 것. 즉 과외 교사를 자주 교체시켜 첫 달에 지불되는 수수료를 받아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과외 알선 업체 A에서 소개받아 3개월째 과외를 하던 고려대 임동윤( 생명공학·4학년)씨는 과외 학생 학부모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전 임씨를 연결해 준 과외 업체가 학부모에게 “선생님을 바꿔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임씨는 “그 이후로 과외 업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과외 연결 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온라인 과외 중개 업체들은 대신에 ‘가입비 수익’을 챙긴다. 지난해 연세대 이혁(경제·3학년)씨는 과외를 구하기 위해 ‘과외가’라는 온라인 업체에 가입했다. 무료가입을 하자 “과외를 원하는 학생이 가입했습니다”라는 문자가 일주일에 3~4통씩 날아왔다.

솔깃해진 이씨가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보니 학생의 신상 정보와 연락처는 유료 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도록 돼있었다. 결국 이씨는 6개월 유료 가입비 18000원을 냈다. 하지만 결제 이후 이씨는 문자 메시지에 명시된 학생을 가입자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후 업체로부터 오는 문자도 뜸해졌다.

    

△허술한 계약, 계약서도 받지 못해   

업체를 믿고 자녀를 맡기는 학부모도 안심할 수는 없다. 과외 알선 업체는 “대학생 교사 신분을 철저히 확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과외 알선 업체에서 이뤄지는 대학생 신분 확인 절차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강대학교 정문 앞에 위치한 B알선 업체를 방문해보니 대학생들이 작성하는 가입신청서에는 신상정보와 학력·경력을 쓰도록 되어있었다. 하지만 학생증 외에는 어떠한 증빙 서류도 요구하지 않아 토익 점수와 해외 연수 경력 등을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학생증 역시 타인의 학생증을 가지고 가도 업체는 얼굴을 확인하지 않았다.

과외 알선 업체를 이용해 과외 교사를 구한 적 있다는 학부모 김영선(여·45)씨는 “과외알선 업체를 믿었기 때문에 굳이 대학생 교사를 만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후 정작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계약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선 업체 B는 계약을 한 후 계약서를 복사해달라고 요구하자 “외부로 유출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업체는 계약서 대신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말했다.

계약서 약관조차 갖추지 않은 과외 알선 업체도 있다. 정다영(화학·4학년)씨는 지난 1일 과외를 구하려고 ‘올바른 과외를 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정씨가 계약서를 달라고 요구하자 업체는 “계약 약관이 없다”고 했다. 인적사항을 기록한 후 수수료와 과외 연결 조건들을 구두로 듣는 것으로 계약은 끝이 났다.

  

△과외 업체들 “우리도 억울하다”

과외알선업체의 수수료 횡포와 허술한 계약을 묻자 업체는 항변했다. 일부 꼼수를 쓰는 과외 알선 업체 때문에 정직하게 영업하는 과외 업체들까지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과외 알선 업체 ‘엘리트 교육’의 한 관계자는 “피해는 알선 업체도 본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알선 업체를 속이고 학부모와 짜고 수수료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에게 계약서를 주지 않는 이유를 묻자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다른 업체들에게 우리의 노력이 역이용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의 확인 절차가 다소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며 신분 확인이 소홀한 것을 인정했다. 

입회비 3만원과 50%의 수수료를 떼는 이 업체는 “수수료가 과외 연결을 위해 학부모들과 수시로 연락하고 물밑 작업을 벌이는 비용”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는 않았다. 


△피해 속출해도 법적 구제 받지 못해

피해 대학생들을 구제할 법적·제도적 장치는 없을까.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돕는 ‘직업안정법’에 따르면 직업소개소 내지는 중개 업체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의 상한선은 10%다.

이에 따르면 첫 달 과외비에서 50∼100%의 수수료를 떼는 과외 알선 업체의 행위는 위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업체의 수수료 과징에 대학생들은 속수무책이다. 대학생 교사는 근로 기준법에 명시된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속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을 구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잇따른 피해에 대학생들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 지난 4월 고려대 총학생회는 과외 알선 업체의 수수료 횡포를 막고자 자체 무료 과외 중개 사이트인 ‘고대쌤’을 만들었다. 현재 고대쌤에 가입한 대학생과 학부모는 1000명이 훌쩍 넘는다. 고려대생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고대쌤은 가입시 학생증 확인과 학번 검증 절차를 거친다. 고려대 부총학생회장 박종찬씨는 “활발한 홍보를 통해 ‘고대쌤’을 더욱 활성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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