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신나고 흥분된 여름을 지냈습니다.  8월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내면서 세계 7위의 체육 강국으로 부상했고, 또 1997년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서서 경제력으로는 세계 13위의 강국이 되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그 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쇠고기 문제로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또한 독도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얻어진 값진 결과여서 더욱 더 반가운 가을 하늘과 같이 환한 소식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국,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를 고민해 볼 때입니다.

저는 우리 국제학부를 졸업한 한 학생을 기억합니다.  그 친구는 조금 체격도 작고 또 가녀린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 여름방학을 끝내고서는 구리 빛으로 탄 얼굴로 제게 인사를 해서 저는 그 학생이 어디 멋있는 곳에서 근사한 여름을 보내고 왔는가 했습니다.  그러나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또 발을 절룩거리고 있었던 것은 한여름 휴양지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케냐의 오지에서 집을 지어주고 생긴 풍토병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랐습니다.  자원봉사를 멀리,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아프리카에 다녀온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젊은이들은 한국만이 무대가 아니라 세계를 향하여 이미 나가고 있고, 또한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 특히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난 2000년 9월에 UN 총회에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의 8대 공약을 전세계의 189개국 지도자들이 채택하면서 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약속하였습니다.  특히 하루에 일인당 $1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 인구를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자는 것이 MDG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  가장 최근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현재 9.8억 명의 인구가 여기에 속하며 이는 세계 인구의 19%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숫자는 1990년의 12.5억 명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숫자이지만 UN MDGs에서 정한 2015년까지 세계 절대 빈곤 인구를 1990년 수준의 반으로 줄이자는 MDG의 첫 번째 목표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이러한 세계빈곤 퇴치를 위해서 OECD 국가들은 특히 자국의 국민총소득 (Gross National Income; GNI) 대비 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수준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즉 ODA/GNI를 0.7% 수준을 권하고 있는데 한국은 2007년에 그의 1/10도 안 되는 0.069%였으며 총액 규모는 6.6억불이었습니다.  이는 OECD국가 중 ODA/GNI로는 27위이며 규모로는 19위입니다.  참고로 일본은 비슷한 경제발전수준에 있을 때 ODA 규모가 우리의 약 10배에 달했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 세계 경제 13위의 경제강국, 올림픽 세계 7위의 체육강국의 위상에 걸맞는, 또 이미 세계를 향하여 작으나마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달려나가는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서 우리는 이제 세계의 어려움 문제를 함께 극복하는데도 앞장서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수출을 위해서 세계가 좁다하고 다니는 것처럼, 이제는 세계를 위해서 함께 “잘 살아보세!”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서 한국은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습니다. 한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급속한 빈곤퇴치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세계의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서 1인당 국민소득이 1961년에 $81이었고, 같은 해 인도가 우리와 똑같은 수준이었으나, 2007년 한국은 일인당 국민총소득이 $20,045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압축성장은 세계에서 많지 않을 뿐더러 OECD여러 나라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경험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을 세계의 빈곤퇴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누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원도 없고, 국내·외의 정치경제 상황도 나쁜 가운데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경험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귀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경험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1) 한국은 가장 최근에 빈곤을 극복한 나라로서 우리의 경험이 100년 전에 빈곤을 극복한 국가들의 경험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고; (2) 한국은 절대빈곤을 직접 경험한 나라로서 한번도 개발도상국의 경험이 없는 나라들이 도움과는 질적으로 다른 “실전에 따른”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고; 마지막으로 (3)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도 이루어낸 국가이므로 개발도상국들의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한 것과, 또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 나누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빈곤퇴치를 위해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8월 14일에 열린 제 4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한국의 ODA규모를 국민총소득 대비 2012년까지 0.15%, 또 2015년까지 0.25 %까지 늘리기로 결정하였다고 정부가 발표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 국민을 설득하여야 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발굴하고, 또 세계를 향해서 나가서 직접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청명한 가을에, 우리의 이름을 널리 알린 올림픽의 태극전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계를 위해 책임을 지는 멋진 국가가, 멋진 국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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