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에 앞서 한국 사회 본질적 문제에 귀 기울여야”
“시위에 앞서 한국 사회 본질적 문제에 귀 기울여야”
  • 이유심 기자
  • 승인 200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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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남궁곤 교수님 인터뷰



‘시위가 문화적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현상 이전에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시위 발생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해 8월 28일(목)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과)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 최근의 몇몇 시위들을 보며 일부는 시위가 문화적 행사롤 변화했다고 말한다. 과연 한국 사회의 시위들이 의미있는 변화를 이룬 것인가?

시위를 효과 없는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민주 정권 달성에 있어서 시위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하나의 의사표출 방식이었고 그 기여도를 인정한다. 그러나 시위가 현재 하나의 축제나 문화로 변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예전에는 깃발을 들던 것에서 현재 촛불을 드는 것으로 방식의 변화는 있지만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인 시위가 그 이상의 의미로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는 시위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은 물론 시위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National Direction)이 없다는 것이다. 20년 전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명확한 방향이 있었다. 이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난 후 더 이상의 공감대를 찾기 힘들어 진 것 같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변하는 국가의 방향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지도자의 혜안이 부족하다는 것과도 결부된다.

두 번째 문제는 한국 사회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좋다·싫다의 기준만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예전에는 유교가 판단 기준이 되었으며 그 이후는 반공, 그 후는 민주적 가치가 우리 사회의 기준이 돼 주었다. 그러나 개인주의화와 서구적 가치관의 팽배는 판단 기준을 법적인 영역에만 의지하기는 힘든 다양화된 사회로 만들었다. 다양함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앞서 시위의 변화를 논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 사회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언론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혹은 ‘시위가 문화적인 행사로 변화하고 있다’에만 집중했었다. 따라서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상황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시간은 마련해 주지 못했다. 책임이 언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의 의제 설정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젊은이들도 앞에 말했던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때다.

▲ 촛불 시위 등 일련의 정치적 요구의 목소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 시위 역시 그것이 단순한 광우병의 위험이나 반미·반FTA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위에 유모차를 끌고 주부들도 참가했다’혹은 ‘중학생들도 동참했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위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 더 집중해주길 바란다. 또한 시위에 참여했다고 해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할 수도 없으며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 의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촛불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중계 등을 통해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