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브라이도티·린다 마틴 알코프 등 여성철학자 모여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문화 공존 방법 모색

 

제13회 세계여성철학자대회가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를 주제로 7월27일(일)~29일(화) 우리 학교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렸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1980년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시작해 아시아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개최됐다. 행사에는 우리 학교 신옥희 명예교수(철학과)·유트레히트대 로지 브라이도티 교수·도쿄대 사키코 기타가와 교수 등 100여명의 여성 철학자들이 참석했다.


대회는 기조연설에 이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KWDI)의 특별 세션과 일반 세션으로 진행됐다.
 기조연설에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미국을 대표하는 신옥희 명예교수·유트레히트대 로지 브라이도티 교수·'아프리카 연구와 상호 문화 연구 센터'의 알베르틴 취빌론디 능고이 교수·시라큐즈대 린다 마틴 알코프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여성주의와 다문화주의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 분석을 하고, 전 세계 여성들의 공통점·차이점을 밝혔다.


신옥희 교수는 원효의 일심 사상과 서양의 여성철학자 뤼스 이리가라이의 성차의 윤리학을 통해 페미니즘을 고찰했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탄생한 원효와 이리가라이의 사상이 ‘화해와 조화의 윤리학’을 공유한다”며 “이러한 윤리학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문화가 조화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으며, 각각 다른 젠더 개념을 가진 페미니즘들 사이의 이론적 한계도 감싸 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베르틴 취빌론디 능고이 교수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여성운동을 소개했다. 그는 서구식 여성주의·해결책 등이 여과 없이 아프리카로 이전되는 것에 대해 우려 점을 시사했다. 그는 “여성주의 운동을 할 때도 각 문화 여성들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범아프리카 여성 운동이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KWDI 특별 세션은 한국여성철학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원으로 마련됐다. 이 세션에서는 성신대 김세서리아 교수·대만국립대 차오-쥐 천 교수 등 7명이 ‘여성, 가족 그리고 일’을 주제로 초청강연·토론을 했다.


김세서리아 교수는 한국 가족 내 모성의 의미를 시대별로 고찰했다. 그는 “모성이 전통 유교 시대와 근·현대에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모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의 출라롱꼰대 스완나 사타-아난드 교수는 “타이의 불교가 여성에게 가사·경제를 부담시켜 남성들만의 종교생활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케냐대 메리 니안차마 게투이 교수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가족 문화와 근대화 이후 아프리카 여성이 겪는 어려움 등을 소개했다.


일반 세션에는 조선대 공병혜 교수·택사스주립대 리쥔 위안 교수·네바다대 강혜령 교수·비엔나대 실비아 스톨러 교수 등 80여명이 참여해 다양한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초청강연 후에는 연사들 간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인도네시아·홍콩·방글라데시·네덜란드 등 각 나라의 교수가 참여해 서로 문화와 경험을 나눴다.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혜숙 교수는 “대회에서 여성들의 경험과 고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기존 철학대회와 달리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이 통합적으로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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