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철학자대회 김혜숙 교수 인터뷰

 7월27일(일)에 열린 제 13회 여성철학자대회에는 저명한 여성 철학자를 비롯해 국·내외 연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구 중심으로 열리던 대회가 어떻게 이화에서 개최됐을까? 이번 대회를 기획·주최한 조직위원장 김혜숙 교수(철학과)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여성철학자대회의 의의를 알아보았다.

- 세계여성철학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화에서 개최된 것이 어떤 의의가 있나?
 원래 여성철학대회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열린다. 한국여성철학회가 작년 네덜란드 세계여성철학자 총회에서 제 13회 세계여성철학자대회를 우리 학교에 유치하자고 제안했고, 승인을 받아냈다. 여성학의 산실인 이화에서 대회가 개최된 것은 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대회 주제가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였는데,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나?
 이번 대회에서는 다문화주의가 초래하는 문제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점검했다. 즉 다양한 문화에 걸친 여성들의 문제와 공통점을 탐색하며 소통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서양 여성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민하다 보면 서구 중심의 여성주의를 탈피하고 다문화적 특성을 수용하는 여성주의 철학의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문화주의와 여성주의는 이론적으로 관련이 있다.

- 이번 여성철학대회가 기존의 대회와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인가?
 이번 대회에는 아프리카·필리핀·동남아·인도·이슬람 등 소수민족이나 제3세계 국가의 학자도 많이 참여했다.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서구중심의 학문을 탈피할 수 있었다. 대회에 참여한 서구 철학자들도 아시아·아프리카 여성들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또한 여성들의 경험과 고통을 나눔으로써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변적·이론적인 기존의 철학대회와는 달리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이 통합적으로 어우러진 대회였다.

- 학문적 성과 말고도, 이번 대회의 실질적인 성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계여성철학자 간 네트워크 구성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여성철학자들의 유대감도 많이 증진됐다. 이 연대를 기초로 여러 작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 이화를 방문한 여성철학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여성들만의 학문 공간이 크게 형성돼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여성 교수들이 학계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이화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 대회는 이화를 심층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회에 참가하거나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이화인들도 여성철학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화가 동서양 여성 지식인들에게 학문적 메카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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