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뉴하트 작가 황은경(정외·91년 졸)씨 인터뷰

“꼴통이란 소리 듣더라도 가슴만은 따뜻한 의사가 되라”

지난달 종영한 MBC 드라마 뉴하트는 숱한 명대사와 가슴 따뜻한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 30%를 넘기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뉴하트의 따뜻한 대사는 모두 황은경(정외·91년 졸)씨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시청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황은경 작가를 22일(토) 홍대 앞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의 작업실은 아직도 뉴하트 세상이다. 책상 앞엔 뉴하트 세트장 도면과 등장인물 관계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붙어 있다. 컴퓨터 배경화면은 지성이 연기했던 흉부외과 레지던트 ‘은성’이다.

뉴하트는 2005년 웹서핑 도중 우연히 본 ‘흉부외과에 지원자가 없다는 기사’에서 시작됐다. “다른 과보다 상대적으로 돈 못 벌고 의료사고는 잦지만 그래도 흉부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친구들이 있으면 드라마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그가 바라는 의사의 모습을 ‘은성’이라는 배역에 투입시켰다. “나를 위해서 울어주고 애써주는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희망과 바람을 그리면 시청자들 가슴도 따뜻해질 것 같았다.

작업실 곳곳엔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이 보인다. 책장에는 흉부외과 취재 파일이 여러 권 꽂혀있다. “전문가가 나오는 드라마는 조직의 관계와 특성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파악하려면 석 달 이상 취재해야 해요” 심층취재를 위해 몇 개월 동안 병원에서 의사처럼 살았다. 의사 가운 입고 회진을 돌고, 심장을 직접 만져보고, 6시간 동안 수술장면을 지켜봤다. 병원 내 조직 갈등에서부터 작은 에피소드까지 그의 취재과정에서 나왔다. 회식하면 꼭 응급환자가 들이닥치는 이야기, 튜브 잘못 넣어서 도망간 레지던트 에피소드들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것이라고.

 황 작가는 작가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소녀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가슴을 열고 세상으로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작품은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 생각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조정래 작가가 쓴 태백산맥 아시죠? 그분이 산을 다니며 쓴 취재노트만 몇 권인지 몰라요” 뉴하트가 사랑받은 이유도 자신의 ‘발로 뛴 취재’ 덕분이라고 말한다.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건 ‘티눈’이라는 단막극을 통해 신인 최우수상을 받으면서다. 그 후  베스트극장에 방영된 ‘불어라 봄바람’에서 IMF를 맞은 노인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아 대번에 전원일기를 맡았다. 단막 2개를 쓰고 전원일기 작가가 된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전원일기가 서울 토박이인 저를 농촌전문작가로 만들었죠”

뉴하트가 탄생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방송사, 방송날짜, 연출, 뭐하나 정해진 것 없이 대본을 쓰려니 힘들었어요. 언제 치러질지도 모르는 시험공부를 하는 기분이랄까” 학교 다닐 때도 잘 다니지 않던 우리 학교 도서관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공부하고, 기획하고, 대본을 썼다.

그는 3년 방송한 전원일기보다 3개월 방송한 뉴하트에 더 애정이 간다. “전원일기는 선배님들에게 물려받은 것이고, 뉴하트는 제가 창조했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전원일기 작가를 하지 않았다면 뉴하트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전원일기를 통해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에 남는 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이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며 지친 일과의 활력을 얻길 바라지 우울해지고 싶진 않잖아요?” 긍정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생각에 그의 심장은 오늘도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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