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공사가 끝나서 ‘이제는 학교가 조용해지겠구나’라고 생각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는 다시 정문 공사를 시작했다.


아침에 등교할 때마다 정문은 ‘쿵쾅쿵쾅’ ‘우당탕탕’하는 시끄러운 공사 소리로 우리를 맞이한다. 조용한 아침에 마치 메아리처럼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공사 소리도 등굣길을 힘들게 만들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정문에 설치된 아치형 모양의 나무다리이다. 처음 아치형 나무다리가 설치된 날 나는 학교에 구두를 신고 왔었다. 6cm의 굽을 신은 내 다리는 너무도 급격한 급경사에 경직 상태가 됐고 후들후들 떨리기 까지 했다. 올라가는 길도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넘어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등교하고 있는 학생들 중 구두를 신은 학생들의 모습은 정말 위태로워보였다.


나무다리가 설치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나무다리 한쪽 방면에 좀 더 완만한 경사와 계단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계단이 생기지 않았다.


비오는 날은 더 위험했다. 비를 맞은 나무다리는 매우 미끄러웠다. 여기저기에서 “다리를 세우려면 좀 더 안전한 것으로 만들 것이지 왜 이런 다리를 만들었지?”라는 짜증 섞인 반응들이 나왔다. “예뻐 보이는 다리 보다는 투박해도 다니기 편한 다리가 더 좋다”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는 “다리의 경사 때문에 구두를 신고 다리를 지나면 내 굽과 다리 경사가 합쳐져서 20cm의 굽을 신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는 농담을 자주 한다.


정문 공사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것이라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더라도 할 수 밖에 없는 공사라면 최소한 학생들의 안전은 보장해야 한다. 아치형 다리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면 구두를 많이 신고 다니는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해 하다못해 난간이라도 세워야 했다.


학교에서 공사가 계속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공사를 꼭 해야만 한다면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립하고 정말 안전한지 확인까지 마친 다음에 공사를 착수하기를 바란다.     

김유리(국문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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