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경계인문학연구단 전문가초청포럼이 21일(금) 오후4시~6시30분 이화여대 교육관 B동 B153호에서 열렸다. ‘다매체 시대 소설과 영화의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진행한 이번 강연에는‘불멸의 이순신’을 집필한 카이스트 김탁환 교수(문화기술대학원)와 영화평론가 영산대 주유신 교수(영화영상학과)가 연사로 참여했다.

 

△기획부터 문화 상품 제작까지 ‘스토리 디자인’
‘스토리 디자이너로 사는 법’에 대해 강연한 김탁환 교수는 이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 텔러’를 거쳐 ‘스토리 디자이너’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스토리 디자이너란 이야기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자신만의 원칙과 방법으로 디자인 하는 사람을 뜻한다.


최근 김 교수는 세계 3대 여행가 중 하나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문화콘텐츠 진흥원의 문화원형 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는 중이다. 그는 혜초가 방문했던 20개국 중 인도, 실크로드, 이란 등을 직접 갔다 왔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왕오천축국전에 관한 소설을 집필해 올 7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소설을 위해 수집한 텍스트·사진·동영상·애니메이션 등의 자료는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된다. 문화 콘텐츠 소비자들이 왕오천축국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그 다음 단계로 그는 방송국에 문의해 혜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나아가 전시회를 열어 상품·도록 제작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 교수는 필연적으로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나의 1차 소스가 소설을 넘어 디지털 콘텐츠, 영상, 전시로 이어지는 것이다. 제작된 콘텐츠 안에 예술적 혼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예술가들의 모든 것을 객관화해 내놓는 것이 스토리 디자인 작업이다.

 

△영화의 이단적 섹슈얼리티, 은막 안의 퀴어들
영화평론가 주유신 교수는 ‘영화의 이단적 섹슈얼리티: 은막안의 퀴어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퀴어 영화는 주류 영화가 가진 관습적인 면을 타파할 수 있는 정치적 급진성·미학적 파격성·새로움과 혁신을 보여준다. 가부장제 등의 기존의 가치를 가장 급진적으로 깨부수며 퀴어 영화는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화사에서 1세대격인 할리우드 영화와 2세대인 유럽 영화가 한계에 부딪친 1980년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매너리즘 사이에서 아시아 영화와 함께 퀴어 영화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아시아영화에 비해 범위도 작고 뒷심이 부족하긴 하지만, 퀴어 영화는 새로움과 비판성을 보여주는 흐름이었다.


동성애자의 남성성·여성성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여장남자로 대비되는 사람들의 과도함은 영화의 소재로 등장해왔다. 그들은 미에 굉장히 민감하지만 어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게이들은 타고난 감각·유머·연극성으로 영화 안에서 표현된다. 전형적인 동성애자는 대부분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전통이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동성애자의 철저한 희화화 또는 동성애자를 반사회적 존재로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퀴어 영화는 90년대에 새롭게 시도되며 전통을 재창조한다. 영화감독 탐 칼린은 영화 ‘졸도’에서 동성애를 미학적으로 그려내 2차적 성애와 인격을 조명했다. 에이즈에 감염된 두 동성애자의 로드무비는 기존의 도덕적·윤리적 범주를 자연스럽게 뛰어넘는다. 파괴성과의 연결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주체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영화 장르의 측면에서도 로드무비 뿐만 아니라 스릴러·액션·슬래셔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