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평일 독거노인 65명에게 도시락 배달…이화인 봉사자는 한 명뿐

<편집자 주>
본사는 3주에 걸쳐 봉사활동 르포기사를 연재한다. 이번 주는 마지막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락 배달에 대해 다룬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관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오후로 나눠 매주 평일 약 65가구에 도시락을 배달한다. 노인 대부분이 하루 한 개씩 배달되는 도시락으로 두 끼를 해결하고 있다.

 

기자와 공공근로자·사회복지관 기사는 25일(화) 1시30분 차를 타고 도시락을 배달에 나섰다. 차는 학교를 빠져나가 우리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아현동으로 향했다. 비탈진 주택가 좁은 골목길을 오르자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우리 학교와 맞닿아 있는 그곳의 모습은 이화와 딴판이었다.

 

허름한 상가건물의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자 TV에서만 봤던 쪽방이 나왔다.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문을 열었다. “할머니 도시락 배달 왔어요!” 김주옥 할머니(75세·마포구 아현동)는 한 평 남짓한 쪽방에 누워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좁은 창문은 유리 대신 낡은 달력이 붙어있고, 방 한쪽엔 소변 대야와 빈 도시락통이 놓여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계단을 내려가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외부와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는 할머니에게 도시락은 세상과 할머니를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

 

오늘 도시락 반찬은 가지조림과 생선튀김이다. 후식으로는 딸기 두 개가 준비됐다. 도시락은 서대문 자활기관에서 만든 것을 구매한다. 저소득층 사람들이 만든 도시락을 독거노인에게 배달하니 일석이조다. “이가 거의 없는 노인들을 위해 주로 부드러운 반찬이 준비됩니다. 건강을 위해 간을 싱겁게 하다 보니 맛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에요” 조영숙 기사는 노인들의 고혈압과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 소금을 적게 넣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는 도시락 배달뿐 아니라 하루 2~3가구씩 돌아가며 독거노인들을 만난다. 자원봉사자들은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말동무가 돼준다. 지팡이가 필요하면 지팡이를 선물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면 직접 노인을 모시고 병원에 향한다.

 

조영숙 기사는 도시락 배달 차를 운전한 지 일 년이 넘었다. 도시락 배달이 너무 힘들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배달 나가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김주옥 할머니가 눈에 밟히더라고요” 김주옥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겐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지만, 조영숙 기사에게는 마음을 열고 딸처럼 대했다. “노인분들이 대학생 봉사자들을 보면 친손자처럼 예뻐하고 반가워하세요” 그는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도시락 봉사에 참여하는 이화인은 오지아(행정·05)씨 한 명이다. 그는 되도록 많은 독거노인들을 직접 찾아가고 싶어 봉사를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빈부격차를 직접 눈으로 봤어요. 학교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처음엔 많이 놀랐죠.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시나 싶어서…” 그는 이화인들에게 “지금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에요. 앞으로 많은 분이 함께하셔서 사랑을 나누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다. 양영선 사회복지사는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다 보면 이화 바로 옆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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