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선택과목에서 역사 과목 '비인기'…교수들 "대학생으로서 역사 공부는 필수"

 “선덕여왕도 모르는 친구 때문에 당황했어요”


이주영(철학·06)씨는 기본적인 국사지식을 모르는 친구 때문에 놀랐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도 문과 학생들 중 일부만 역사를 배운다”며 “역사를 잘 아는 대학생들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도 문과생 일부만 역사 공부
기초적인 한국사와 세계사 상식을 갖추지 못한 대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7년 5월 28일자 이대학보에는 6월 항쟁 인지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55.9%가 ‘모른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는 당시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신문사와 함께 4개 대학 학부생 총 1천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표본오차 ±2.9%, 신뢰구간 95%)


역사과목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됨에 따라 대학생들의 역사 지식수준도 낮아졌다. 2005년부터 적용된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국사’를 공통으로 배운다. 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사회탐구과목을 선택하는 문과계열 학생은 11과목 중 최대 4과목만 골라 공부하면 된다. 이과계열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후로 국사공부를 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이런 체제에서 수능 선택과목으로 ‘역사’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과목이다. ‘세계사’는 3년 연속으로 응시자 수 비율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사’ 응시자 수 비율 역시 2005년 46.9%에서 2007년 21.9%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역사과목은 ‘공부할 양도 많고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또한 암기위주의 역사공부 방식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이수지(유교·08)씨는 “역사 공부는 다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사·법과 사회·한국 지리 과목을 개설한 이화여대부속고등학교는 인문계 354명 학생 중 68명만이 세계사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3학년 역사담당 이한순 교사는 “학생들이 역사공부를 어려워한다”며 “세계사 수업을 개설한 고등학교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사교육 담당 박진동씨는 “서울대 지정 과목인 국사과목에는 우수 학생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도 응시자가 감소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국사·세계사·한국근현대사를 공부했던 조아름(정외·06)씨는 “현대 정치에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적어도 근현대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세개의 역사과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학에 와서도 계속되는 역사과목 기피 현상
불어불문학과는 ‘프랑스문학사’ 과목을 두 학기 강의 체제에서 한 학기로 줄였다. 이 수업을 담당한 권은미 교수(불어불문학과)는 “불문학을 이해하려면 문학 역사를 아는 것이 기본이지만 필수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수강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다”며 “한 학기에 역사를 훑고만 지나가도 수업량이 많아 학생들이 힘들어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사 지식이 얕으면 대학 수업을 듣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번 학기 교양으로 ‘국제관계의 이해’를 듣는 ㄱ씨는 “이 과목을 이해하려면 세계 근대사적 지식을 기본으로 필요하다”며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설명해 주시기는 하지만 역사지식이 부족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서양근현대사의 이해’를 듣는 백지윤(정외·06)씨는 기본적인 역사 지식을 배우는 것 이외에 역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고자 수강했지만 실망했다. 백지윤씨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상식을 교수님이 세세히 알려준다”며 “대학 강의인 만큼 심화 내용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선열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언론의 이해’에서 수강생들에게 세계사 일부분을 가르친다. 최선열 교수는 “세계사·국사 등 역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공부는 문학사·미술사·사회사 등을 이해하는데 필수”라며 수강생들에게 역사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철구 교수(사학과)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전공과목 공부와 취직 준비만으로도 벅차 역사에 관심을 두기가 어렵다”며 “대학에서도 국사·세계사를 필수 교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공부에 더 쉽게 접근하고자 문화재를 탐방하고, 역사책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라의 수도, ‘경주’에 살았던 최선영(사학·07)씨는 어렸을 때부터 문화재를 보며 사학도의 꿈을 키웠다. 최선영씨는 “눈으로 직접 문화재를 보면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강철구 교수는 “요즘에는 역사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들이 많으니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차근차근 접근한다면 역사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정희 기자 jeojh050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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