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지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무래도 3학년이 되니 전공 공부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참고 도서를 찾아볼 겸 중앙도서관을 방문했다. 책을 찾아 펼쳐보는 순간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까맣게 밑줄이 그어져 있어 읽기에 매우 불편했고, 여러 군데는 낙서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혹시 다른 책은 괜찮지 않을까 해서 살펴보았지만 역시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 결국 나는 그 책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빈손으로 도서관을 나서야 했다.


비단 훼손된 도서 때문에 얼굴을 붉힌 건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책에 삽입된 그래프 혹은 사진 자료가 찢겨져 그와 관련된 페이지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추리 소설의 경우, 범인 이름 위해 동그라미를 그려 놓아서 허무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과 취업 관련 도서 역시 답이 다 체크돼 있어서 다음 이용객은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낡아서 너덜너덜하거나 커피 등 이물질 묻은 책을 보면 ‘이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지!’라는 생각까지 든다.  


3월 17일(월)자 이대학보에 『음대 도서관 악보, 무분별한 대출로 훼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를 보고 나는 내심 반가웠다. 이것은 음대 도서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각종 단대 도서관에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안고 있는 고전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 4년 동안 학생들에게 중요하고도 필요한 곳이 도서관일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 책·자료 등은 학생 모두가 전공 공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전공 외지적 소양을 쌓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구비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이화인 모두의 자산이며 깨끗하게 사용해서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굳이 지적해주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도서관 상황이나 이용 행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번쯤이라고 훼손된 도서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더럽혀졌으니까 나도 더럽게 써도 되겠지가 아닌 나부터 책을 소중히 하고 깨끗이 써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실천한다면 이와 같은 일은 점점 줄어들고 언젠가는 깨끗한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순임(수학·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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