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컴퓨터 하드를 정리하다 1학년 때 국어와 작문 소논문으로 제출했던 과제를 발견했다. ‘여대생의 혼자 먹는 식사습관’을 연구한 소논문이었다. 남녀공학의 여학생과 달리 여대에 재학하는 여학생들은 혼자 식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 때가 벌써 4년 전이다. 입학했을 당시 학생식당, 이화사랑이나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언니들을 보며 의아해 했었다. 그래서 이런 주제로 소논문을 썼고, 당시 조사했던 바로는 ‘편하기 때문에’ 혼자 먹게 된다는 답변이 많았다.


1년 만에 복학을 하고 말 그대로 ‘혼자’ 학교를 다니는 지금, 이 소논문을 보니 마치 나의 미래를 예견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더 이상한 것은 혼자 하는 대학생활이 이제 여대에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 공부하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쇼핑하기, 혼자 밥 먹기.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것들은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계발에 바쁜 많은 대학생들은 혼자 생활하는 것을 즐긴다. 이렇게 뭐든 혼자 하는 사람들을 ‘나홀로족’이라 부른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조어인 셈이다.


지난 해 보도된 헤럴드 미디어의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혼자 생활하는 가장 큰 이유으로 ‘방해 받지 않고 내 스케줄에 따라 생활할 수 있어서’를  꼽았다. 이밖에도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서’와 ‘남들과 시간 맞추기 어려워서’, ‘먼저 연락하기 귀찮아서 등의 이유가 나왔다. 특히 ‘시간활용의 용이’를 장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나홀로 족이 증가하는 이유를 과거보다 개인적인 성취나 성공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대학생 나홀로 족은 개인주의 성향의 증가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경제난과 취업의 압박으로 자기 경쟁력 키우기 분위기가 굳어져 가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4학년이 되고 취업 준비를 하다보면 친구들과 시간을 맞출 여유는 둘째 치고 나만의 시간도 효율적으로 쓰기 벅차 자연스레 나홀로 생활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졸업반 언니들의 얘기만은 아니다.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 다양한 사회활동 등에 치중하려면 새 친구를 사귀는 설렘은 나 혼자 보내는 시간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혼자 수업을 듣고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공부하다가 혼자 집으로 가는 일상. 벌써 4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올해는 유난히 혼자 있는 내 모습이 크게 보인다. 내 자신의 삶에 충실했고 치열하게 사느라 거의 홀로 보내온 지난 4년 동안 얻은 것도 물론 많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이러다 늙어서도 혼자 지내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눈에 보이는 것들에는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정작 그 미래를 함께 나눌 사람들에 대해서는 투자는 커녕 아무 계획도 없었다.


꽤 많은 친구가 있었고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여럿이었지만 지금은 점심식사를 함께 하거나 일상을 나눌 사람도 몇 남지 않았다. 씨를 뿌리지 않았으니 거둘 것이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노후를 대비해 적금을 들고, 펀드에 투자하지만 억만장자가 되었어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곁에 두지 못했다면 그 많은 돈을 쓸쓸히 혼자 쓰다 죽게 될지 모른다. ‘혼자’ 맛있는 밥을 먹고, ‘혼자’ 좋은 옷을 사 입는 사실에 대해 행복을 자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혼자 있되 가끔은 주변을 돌아볼 줄도 알고 소중한 사람도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나홀로족’ 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정서적인 노후 통장이 마이너스 상태는 아닐까 하는 생각. 이번 주말에는 소중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 꽃구경이라도 해야겠다. 나의 정서적인 노후준비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문수아(언론정보·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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