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엄마들의 모임 '빅맘스클럽' 진솔한 삶의 모습 담은 책 발간…서로 아픔 공유하며 용기와 힘 얻어

‘한(one)부모’ 엄마들이 모이면 ‘당당한 한(big)엄마’가 된다. 우리 학교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의 빅맘스클럽은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한부모 엄마들의 모임이다. 혼자 사는 여자로, 아이 키우는 엄마로, 가난한 살림의 가장으로 살고 있는 이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보듬어주며 더불어 성장한다. 지난 3월에는 한부모의 삶을 리얼하게 펼쳐보인 사연을 엮어 『우리 그래도 괜찮아』라는 책도 출판했다.


빅맘스클럽의 권혜영(41), 자수정(42), 허브정원(44)씨를 만나 한부모 가족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들어봤다.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한부모 이야기, 새로 다시 함께 쓰다
2004년 성산복지관이 운영한 ‘여성 한부모 가정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들은 각자의 힘든 사연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빅맘스클럽’을 만들었다. 3년 동안 매주 모여 컴퓨터, 풍물 등을 배운 것은 물론 가족캠프도 함께 떠난 이들은 어느새 식구보다도 더 가까운 언니,동생이 됐다. 12명으로 첫 발을 디딘 빅맘스클럽은 지난해까지 43명이 이 모임을 거쳤고, 현재는 10명 가량 참여하고 있다.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최혜정 사회복지사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책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최혜정 사회복지사의 제안에 처음에는 모두 반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자’는 좋은 취지에 다들 동감했다. 허브정원씨는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쓴 글을 통해 한부모 가족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배움이 짧았기에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어렵게 가라앉혔던 아픈 기억과 앞으로 남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는 고역이었다. 하지만 서로간의 격려와 여러 사회복지사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들은 서툰 표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적을 수 있었다.


3월3일(월) 책이 출간됐을 때 자신보다 더욱 기뻐했던 사람은 아이들이었다. 권씨의 아이들은 엄마가 쓴 책이 나왔다며 친구, 선생님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권혜영씨는 “정작 나는 책이 나오자 불안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자수정씨는 “딸이 쓴 글도 함께 실려 더욱 뿌듯하다”고 말했다.


책 제목인 ‘우리 그래도 괜찮아’는 허브정원씨의 아이디어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싱글맘들을 격려하는 이 책의 제목 ‘우리 그래도 괜찮아’는 빅맘스클럽의 좌우명인 ‘좌절금지!’와도 어울린다. 허브정원씨는 “사회적 편견이 남아있어도 우리는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리 그래도 괜찮아’ 2판도 출간될 예정이다. 이들은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한부모들을 바라보는 세상에 이 책이 우리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는 사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혼률이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의 한부모가족은 전체 가구의 10%를 넘어섰다. 더 이상 이혼이 오점으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한부모 가족이 늘어났지만 사회의 편견은 여전하다. 허브정원씨는 “언론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편부, 편모가정이면 반드시 그것을 짚고 넘어간다”며 “한부모가족도 다른 가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가족형태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혼녀에 대한 편견은 더욱 냉혹하다. 권씨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 때문에 혼자서 산에도 못 가는 언니들이 있다”며 “주위 시선 때문에 집에만 있다보니 우울증에 걸리는 싱글맘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부모 엄마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빅맘스클럽의 회원은 대부분 저학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자수정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동사무소에서 쌀 20㎏을 처음 받았을 때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었다”며 “월수입 100만원으로 월세, 공과금, 아이들 교육비 등을 충당하려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브정원씨는 “그간 신세지던 친정에서 독립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며 “주위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모자가정에 등록했지만 실제적인 도움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부모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씨는 “한부모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한 가정을 살리는 문제”라며 “한부모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터 지원, 자금 대출 등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을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브정원씨는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 혹은 교육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노후를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늙어서까지 계속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한국의 싱글맘들에 대해 “혼자 아이들을 키우다 안 아픈 곳 없이 병이란 병은 죄다 안고 사는 한국의 잔느들”이라고 칭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한부모 엄마들은 1인 3역을 해내며 갖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빅맘스클럽의 회원들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정도다. 권씨는 얼마 전까지 허리디스크, 무릎 관절에 시달렸으며 허브정원씨는 발바닥, 무릎, 오금 등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병증이 있다. 허브정원씨는 “수술이 필요하거나 몸져눕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아니면 치료를 미루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우리 그래도 괜찮아”라고 외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과 서로를 격려하는 언니, 동생 그리고 복지관의 선생님들을 비롯한 수많은 멘토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작가’로 데뷔한 그들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작가라는 호칭에 멋쩍어하며 그들은 사인과 함께 희망에 가득찬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사세요’(자수정), ‘우리 앞으로 파이팅’(권혜영), ‘후회없는 젊음을 보내서 멋진 삶을 살아 가시길’(허브정원).             

 

김경원 기자 if102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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